아트스페이스씨, 6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윤진미 작가 개인전 <초국가적 흐름...>

광활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제주도 강정마을, 캐나다 밴쿠버섬을 잇는 색다른 현대미술을 만나보자.

아트스페이스씨는 6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윤진미 미술작가 개인전 <초국가적 흐름: 태평양 여기 그리고 저기>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윤 작가는 2016년과 지난해 제작한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IMG_1517.JPG
▲ 6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아트스페이스씨는 개인전을 여는 윤진미 작가.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서울에서 태어나 1968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 작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비디오, 사진, 설치 분야 작업에 매진해오고 왔다. 2009년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그란지 상 수상, 2013년 스미소니안 예술가 연구 펠로우쉽 선정 등 현지에서 예술성을 인정받는 작가다. 지난해 캐나다 정부가 건국 150주년을 기념하며 추진한 예술 프로젝트 <Land Marks 2017>의 참여 작가 1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다. 25년 째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사이몬 프레이저대학교 현대미술대학 시각예술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름다운 관광 자원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임을 강조한 작품 <Souvenirs of the self>(1991), 1967년 캐나다 이민법 개정을 바탕으로 이방인과 주민의 존재에 대해 성찰한 <A Group of Sixty-Seven>(1996), 한국·일본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바닥을 기어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As It Is Becoming>(2006) 등에서 잘 나타나듯 작가는 사회적인 이슈에 꾸준히 시선을 두고 있다. 2014년 아트스페이스씨가 미국에서 진행한 4.3전시 < Camellia Fallen: Korean Contemeporaray Artists Reflect on Jeju April 3rd Uprising>를 인연으로, 2016년 강정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제주 전시에서는 강정마을을 소재로 한 작품 <Other Hauntings: A Geography Beloved>(2016), 제주해녀를 다룬 <Iyeodosana: Living Water Laughing>(2016)과 캐나다 정부 프로젝트 <Land Marks 2017> 참여작 <Long View>(2017)를 소개한다. 모두 영상물이며 <Long View>는 사진도 포함한다.

윤진미 작가의 전시 작품은 ‘친절함’과 거리가 멀다. 

강정 평화활동가 테라(Tera)와의 인터뷰 영상에서는 군복을 입고 해초를 머리에 얹은 정체불명의 사람이 갑자기 등장한다. 청년 남성이 바닷물 속에 파이프를 넣고 노래 <구럼비야 사랑해>를 부르는 다른 작품 역시 물속에서 뭉개지는 노래 소리와 해군기지에 정박하는 군함 영상이 스쳐지나갈 뿐이다.

제주 여성의 ‘이어도사나’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해녀가 바라보는 바다 속 화면이 연속해서 보여주는 <Iyeodosana: Living Water Laughing>(2016) 역시 제주해녀를 소개하는 일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다. 

오감으로 바로 느끼고 인지하기 보다는 보는 이에게 2차, 3차 해석을 요구하는 ‘현대미술’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작가 역시 스스로 "New Art"라고 소개한다.

윤진미가 보여주는 현대미술은 작가만의 영상 기법을 통해, 작품 속 메시지가 곱씹을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무의미해 보이는 소재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가치를 발현하고, 무엇보다 카메라를 어지럽게 의도적으로 흔드는 연출은 흡사 마구잡이처럼 보이지만, 고정된 대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영감이 녹아있다.

<Other Hauntings: A Geography Beloved>에서 평화활동가는 온몸을 이용해 지금은 사라진 구럼비 바위를 설명하는데, 군복 인물과 평화활동가가 서서히 겹치는 편집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구럼비처럼 평화활동가의 모습은 장면에서 사라지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음성으로는 노래 <구럼비야 사랑해>가 둔탁하게 들리는데 화면에선 멀리서 촬영한 군함과 해군기지 병력들이 보인다. 작가는 “그 노래가 지지하고 전달하는 지역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역사적, 물질적 에너지가 깜박거리는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타나 실재한다”고 풀이한다.

최신작 <Long View>는 캐나다 영토에서 태평양과 가장 가까운 Pacific Rim National Park 밴쿠버섬 해안에서 촬영했는데, 이 역시 다양한 해석과 의도가 숨겨져 있다.

화면 속 노인 두 명, 청년 두 명은 조용히 해변 모래를 삽으로 판다. 모래는 흡사 무덤처럼 쌓이는데, 검은 복장을 한 작가는 모래더미 옆 구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화면을 흔드는 장면과 한국전쟁 당시 자료화면, Pacific Rim National Park의 자연 풍경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IMG_1538.JPG
▲ 윤진미의 작품 <Long View>.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IMG_1534.JPG
▲ 윤진미의 작품 <Long View> 사진(오른쪽, 가운데)과 <Other Hauntings: A Geography Beloved>(왼쪽).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IMG_1540.JPG
▲ 윤진미의 작품 <Iyeodosana: Living Water Laughing>.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이 작품은 여러모로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출연자는 '이민 1세대' 작가의 부모와 3세대 격인 자녀들이다. 장소는 태평양과 가장 가까운 Pacific Rim National Park의 밴쿠버섬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침략에 대비해 병력이 주둔했고, 현재도 군사지역이다. 이민자, 원주민, 냉전 등을 복합적으로 암시하는 셈이다.

제주도 강정마을과 캐나다 밴쿠버섬.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군사주의로 이어지는 두 지역, 작품에 대해 작가는 “제주도와 밴쿠버섬 양쪽 모두에서 제국주의와 관광 그리고 군사주의 역사가 진행되고 그것은 함께 꼬여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제주섬과 밴쿠버섬 사이에 흐르는 조류의 관계처럼 또한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상의 미래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는다”고 소개한다.

더불어 “제주는 정말 특별한 곳이다. 한국 어느 지역보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 사람, 자연, 역사 모두 인상적”이라며 앞으로도 제주와의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 일환으로 24일 강정마을을 찾아가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아트스페이스씨 안혜경 대표는 “윤진미 작가는 역사, 장소, 신체를 통해 관계에 대해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현대예술가”라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주를 접근한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기억하면서 몇 차례 살펴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된다. 전시 작품이 연결되는 경험도 가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초국가적 흐름: 태평양 여기 그리고 저기> 전시 개막 파티 겸 작가와의 대화는 21일 오후 6시 30분 예정돼 있다.

2017_10_13_NAG_SpectralTides-7s-엑스배너용.jpg
▲ 윤진미 작가의 작품 <Long View>. 작가가 쌍안경을 들고 바라보는 모습.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invitation1.jpg
▲ 제공=아트스페이스씨. ⓒ제주의소리

문의: 아트스페이스씨
064-745-3693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