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1579.JPG
▲ 사단법인 제주학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일원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 <해방 이후 제주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진행한다. ⓒ제주의소리

제주학회 창립 40주년 학술대회 첫 날...제주사, 제주정신, 고고학 등 미래 과제 발표

사단법인 제주학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일원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 <해방 이후 제주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진행한다.

첫 날은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명예교수의 기조 발제를 비롯해 제주정신(발표자: 강봉수 제주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제주고고학(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 소장), 해방 이후 탐라사 연구(홍기표 전 성균관대 교수), 제주4.3(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등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토론은 박찬식 제주학센터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김일방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김경주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 전영준 제주대 사학과 교수, 양정필 제주대 사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허호준 기자는 4.3연구의 흐름을 ▲탄압과 금기의 시기(1954~1987) ▲대항기억의 시기(1988~1997) ▲진실추구의 시기(1998~2007) ▲재억압과 낙관적 투쟁의 시기(2008~2017)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1989년 5월 10일 제주4.3연구소 창립을 기준으로 4.3연구가 30년을 맞는다고 계산했다.

허 기자는 “4.3연구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학술 연구는 40여년 이상 금기시돼 온 4.3진실의 문을 부단히 두드렸다.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구 영역의 확장이 일어났고, 지역 간·국가 간 교류와 소통을 촉진했다”고 평했다. 

다만 한계 역시 명확한데 연구 인력의 한계와 그에 따른 체계적인 4.3연구의 미진함을 꼽았다.

허 기자는 “4.3의 진상 자체를 연구하거나 분석하는 연구자가 다수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은 지역사회 학문적 논의의 중심이다. 그러나 제주지역 대학에 4.3연구자가 없다는 것은 4.3 연구 30년의 현주소를 웅변하는 것이다. 4.3 전문 연구자가 만들어질 공간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제주대를 비롯한 도내 대학의 4.3 연구 외면을 꼬집었다.

더불어 “인력 문제로 인해 필요한 주제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 마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학술대회를 여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일관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현 실태를 비판했다.

허 기자는 4.3연구의 과제로 ▲지역적·국내적·국제적 시각으로 4.3 조망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4.3 관련 자료의 발굴 ▲국내 자료에 대한 조사와 수집 ▲4.3 경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구술 채록을 제시했다.

허 기자는 “해방 전후 제주도의 정치·사회·경제적 조건, 청년단체 경찰과 도민과의 관계 실체 분석, 김익렬-김달삼 간 평화협상의 실체, 초토화 시기 만행을 저지른 경찰·군·우익청년단체의 명부 등 4.3사건 자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다루지 않은 영역이 꽤 있다”면서 “4.3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한 곳도, 자료가 남아있는 곳도 미국이다. 미국 내셔널아카이브즈에 대한 4.3 사료 조사는 2001년 단 한차례 조사한 것 밖에 없다. 여기에 군·경 출신들을 대상으로 한 사료 수집과 민간 부문의 사료수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G_1544.JPG
▲ 사단법인 제주학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일원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 <해방 이후 제주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진행한다. ⓒ제주의소리

전경수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반도로 무역을 다녔던 탐라사람들, 국제정치적인 차원에서 활동했던 탐라사람들의 모습을 고고학적인 자료와 역사적 자료에 의해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육지중심주의의 지정학이 아닌 해양인식을 담은 해정학(海政學)을 피력했다.

강봉수 교수는 전통적인 제주인의 문화문법으로 평등성, 현세성, 합리성, 온정성, 묘합성을 들며 “지난 10여 년 동안 제주도가 추진해온 국제자유도시 비전과 전략이 제주문화문법과 결이 맞는 것인지 반성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은 제주인의 문화문법과 결이 맞지 않은 신태그마(Syntagmatic chain)”라고 주장했다.

강창화 소장은 제주도 고고학의 연구 과제로 “구석기문화 연구는 석기의 부정형성, 층위의 불명확성, 동물뼈 분류(학명)의 이견이 제기된 빌레못동굴유적에 대해 다시 명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탐라후기(탐라국)의 연구는 문헌자료에 비해 고고학적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장차 탐라국주의 무덤, 탐라왕궁이 발견되고 구체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문화재사전 편찬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홍기표 교수는 “제주사 연구의 대상이 되는 제주 관련 고문서·원문 등 자료의 발굴과 이에 대한 정보 공유, 역주 추진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아가 그 연구 결과물은 후학이나 일반 대중에게 널리 전파돼야 한다. 이는 제주사 연구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으로 귀결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연계한 데이터베이스화, 공동연구 확대를 덧붙였다.

한편, 본 행사에 앞서 공로패·감사패 수여식이 열렸다. 공로패는 제주학회의 전신이었던 '제주도연구회' 창립 멤버인 진성기, 전경수, 현길언, 정영화 씨가 받았다. 감사패는 제주학회 전 회장인 한상복, 신행철, 고부자, 오홍석, 이인규 씨에게 돌아갔다.

학술대회 둘째 날인 22일은 오전 10시부터 제주대 인문대 1호관 문화원형체험관과 인문대 2호관 진앙현석관으로 나눠 동시 진행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