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표심, 의미와 과제] 힘겹게 재신임된 이석문 교육감...'
시즌2' 소통강화 핵심과제

전국을 휩쓴 청와대 발(發) '파란바람', 보수색채가 짙은 경쟁자, 지난 4년의 현직 프리미엄까지. 6.13지방선거를 앞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겐 낙승을 예상할 만한 호재가 가득했다. 

이 교육감 또한 이를 십분 활용했다. 느지막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전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했고, 문재인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슈화를 피하고자 했는지 '도전적인 공약'도 최대한 삼갔다. 이 때문인지 선거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거 당일, 개표가 시작되자 소수점 차이로 득표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초박빙 접전이 펼쳐졌다.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전성시대'라는 타이틀의 보도가 쏟아졌지만, 제주교육감 선거 만큼은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했다. 결국 당락은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결정됐다. 그것도 2.4%p의 근소한 차이, 표 차는 불과 8248표였다.

이 교육감 스스로는 "한 편의 드라마를 작성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득표율 51대 49, 숫자로 나타난 선거 결과는 곧 민의를 보여줬다. 제주도민 절반의 재신임을 얻은 이 교육감에게 절반의 '다른 선택'은 앞으로도 부담으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지난 4년 '시즌1'을 거치며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낸 이 교육감으로서는 심사가 복잡할 수 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만큼 제주 학생들의 행복도는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건강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올랐고, 진학률도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고교체제 개편도 당초 공약대로 진행중에 있으며, 제주도세 전출금 상향, 제주시 서부권 중학교 신설, 난제였던 성산고등학교의 제주해사고 전환 등의 현안에 있어서도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럼 평가가 엄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계에서는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있다.

이 교육감은 4년간 교육행정의 역량을 학교현장에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스스로는 '교육행정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육가족 일부의 신임을 잃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업무가 가중된 교육행정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상대적으로 덕을 본 교원들 사이에서조차 "교육감이 분란을 조장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측근들이 교육행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도 반발을 산 요인이었다. 심지어 교육청 내부에선 "이 교육감만 아니면 된다"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핵심 이슈에 있어 도민여론이 갈렸던 것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선거 정국에서 상대 후보는 연합고사 부활을 전제로 '이석문표' 고교체제 개편의 백지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실제로 적지않은 학부모의 호응을 얻었다. 이 교육감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B교육과정의 경우도 대입과의 연계 등에 있어 물음표를 지워내지 못했다.

다행히 이 교육감 스스로도 이 같은 지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여러차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 교육감은 후보 신분이었던 지난달 24일 <제주의소리>와의 특별대담에서 자신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모든 걸 아이들 관점에서 정리하려는 성향이 있다 보니 그 관점에서 부딪혔을때 원칙적이고 고집이 세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선 직후인 지난 15일 대담에서도 "교육행정 개혁 과정에서 심리적 저항이 있는 그룹이 있다. 방향성 만큼은 누가 이야기하든 동의하기 때문에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며 "이런 불안과 저항 등을 제가 더 넉넉하게 포용성을 갖고 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 내부 조직이 흐트러진 것은 수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듯이 교육감으로서 소통은 더욱 필수적인 요건이 됐다.

이런 점에서 결국 하나된 교육가족을 완성하는 것이 '이석문체제 시즌2' 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산적한 교육현안을 해결할 지름길은 그간 놓치고 있던 '절반의 민심'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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