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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제주학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창립 40주년 전국학술대회 <해방 이후 제주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22일 열린 자연과학 분야 주제발표. ⓒ제주의소리

제주학회 창립 40주년 전국학술대회, 22일 자연과학 분야 주제발표 

사단법인 제주학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국학술대회 <해방 이후 제주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의 둘째 날 일정이 22일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은 인문사회 분야, 자연과학 분야로 나눠 동시에 진행됐다. 자연과학 분야는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총 일곱 가지 주제를 발표했다.

이영돈·고신자·이치훈(이하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김수강·박용석(이하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좌민석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 수산업’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은 어선어업, 양식어업, 해조류 산업, 해양환경으로 내용을 분류했다.

어선어업은 “어업자원 관련 빅데이터(Bigdata)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제주연안 어업생물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자리돔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수요 증가와 어업기술 향상으로 연안 자리돔 자원이 급감하는 실정이다. 자원 회복을 위한 금어기 설정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파악했다.

양식어업에 대해서는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전복류의 하나인 오분자기 자원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오분자기 치패를 생산해 어촌계에 분양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광어 양식은 1986년 서귀포시 하효동 소재 장양수산(대표 권홍태)가 광어 종묘를 생산한 것을 제주 최초로 본다. 현재는 360여곳으로 불어났다. 바리과어류 양식은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2006년부터 다금바리 종자를 생산해 제주연안에 방류한다. 돌돔, 개볼락, 참조기, 말쥐치, 개량조개, 바지락 종자도 생산 방류한다. 해조류는 국내 90%가 양식인 반면 제주도는 100%를 자연채취에 의존하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들은 “제주의 해양환경은 제주의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계다. 청정 해양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제주 관광관련 산업에서 파생하는 생활하수, 농수축산에서 파생하는 농약·비료·항생제, 도로와 교통에서 발생하는 중금속류, 황사와 미세먼지에 함유한 중금속류 등 환경부담 소재의 총량을 조사해야 한다”며 “연도별, 산업구조별 발생량 변화 정도를 분석해 제주 바다환경의 자정능력에 맞춰 나가는 단계적, 지속적 환경정책·기술개발·교육·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꼽았다. 

오홍식 제주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제주도 육상고등동물 연구 현황’을 발표했다. 오 교수는 “제주에 서식하는 양서·파충류는 인위적인 환경파괴, 산성비, 잔류농약의 확산,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우 패턴 변화 등으로 감소하거나 절멸 위기에 놓인 종들이 많아졌다”면서 “양서·파충류의 생물지리학적 가설이나 종 분화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조류 연구는 해방 이후 157편이 보고되면서 단기간 국한된 지역에 비해 매우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국제적 수준의 연구결과는 수편에 불과하다. 단편적인 연구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질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내다봤다.

포유류는 “농작물 피해, 인간과의 공존 문제 때문에 노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개체군 생태 연구가 이뤄졌지만 응용생물학적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제주지역 고유종을 포함한 나머지 종들은 관심 부족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2000년 애완용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청설모는 제주에 어떤 천적 관계도 없기에 개체군 증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제주도 식물학분야’를 조명했다. 김 소장은 “제주도에 관련한 식물학 분야는 제주도라는 지역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자연과학분야 연구 전체를 견인할 만큼 활발한 연구를 해왔다. 1957년 이덕봉의 논문 <제주도의 식물상>은 그 이후 국내 지역 식물상 연구의 틀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 소장은 “그럼에도 과제는 있다. 지역식물상을 파악하기 위한 출현종의 목록과 같은 연구는 앞으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현재 분포하는 식물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과정으로 분포하게 됐는지 그 매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들도 이뤄져야 한다”며 “특산종, 희귀성, 국제적 관심도를 비롯한 종의 상태를 명확히 해 생물학적·환경적 가치를 발굴하는 연구가 시급하다. 구상나무, 왕벚나무, 제주고사리삼 등과 같은 고유종의 발굴과 끊임없는 인용을 통한 제주도의 중요성 제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공동연구도 마찬가지”고 강조했다.

손명철 제주대 지리교육전공 교수는 ‘제주학 연구에서 지리 분야’를 소개했다. 손 교수는 “2000년대 지리학 분야에서 제주 연구는 급속한 양적 성장과 질적·구조적 변화를 이뤘다. 42명의 연구자가 53편의 논문을 전문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전 시기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 주제 역시 매우 다양해졌다. 2010년대에도 63편을 게재하며 괄목할 양적 증가를 보여준다”면서 “이 같은 양적 증가는 제주대학교 지리학 관련 학과의 교수진이 확충되고, 대학원 과정이 개설되면서 연구기반과 연구 인력 풀이 풍부해진 데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지리 분야 과제로 ▲제주대 일반대학원에 지리학 석·박사 설치, 사회과학대학에 지리학과 설치 등 기반 확대 ▲계통지리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지리 연구의 활성화 ▲지리학 경계 넘어 다양한 분과 학문과의 학제적, 통섭적 연구 지향 등을 꼽았다.

안웅산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학예연구사(지질학 박사)는 ‘제주도 지질학’에 대해 제언했다.

안 연구사는 “개별오름부터 제주도 전역에 걸친 다양한 스케일의 연구가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연대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 연대학, 암석학, 암석화학, 화산층서학, 퇴적학, 구조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통한 통섭적인 연구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지하수 개발을 위한 시추작업으로 얻어지는 시추코아 자료는 제주도 지하지질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인 만큼, 시추코아의 객관적인 기재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하와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 역시 화산 모니터링과 화산재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광중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곶자왈 연구’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송시태 박사가 2000년에 발표한 부산대 박사학위 논문 <제주도 암괴상 아아용암류의 분포 및 암질에 관한 연구>를 실질적인 제주 곶자왈 연구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후 지금까지 곶자왈 연구는 160편(학술 논문 118편, 학위 논문 29편, 단행본 13권)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정 교수는 곶자왈 연구 과제로 ▲곶자왈 지형의 구조적 특성 ▲미기후 ▲곶자왈 별 문화자원의 잔존 실태(이하 지리학, 고고학) ▲곶자왈 별 식생구조의 차이와 원인 ▲곶자왈 별 식생 변천 과정 ▲기후 온난화와 곶자왈 생태계 관련성(이하 식물학) ▲곶자왈 지역과 비 곶자왈 지역과의 대비 ▲해외 곶자왈 지역과 비교(이하 지질학) ▲유용 균류의 활용(생물학) ▲곶자왈 토양의 특성 활용 ▲유용 미생물의 활용(이하 토양학, 미생물학) 등을 제시했다.

강경희 제주대 역사문화진흥원 연구원은 ‘일본에서 제주도 연구’를 다뤘다. 강 연구원은 “인문학 분야는 1970년 현용준 선생의 일본인류학 학술지 <민족학연구>에 제주도 무속 연구 논문 발표는 일본 현지 민속·인류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회과학 분야는 1951년 이즈미 세이치 선생의 ‘동경의 재일제주인 연구’에서 비롯된다. 재일제주인 관연 연구 역시 같은 연구에서 시작한다”며 “제주4.3은 김석범 선생의 문학적 활동, 4.3관련 단체, 동경 신간사에서 번역·출판된 제민일보 연재 등이 큰 역할을 했다. 오키나와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 교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강 연구원은 일본 내 제주도 관련 연구의 과제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가치 있는 자료들을 번역 소개 ▲국내외 연구자들 학술적 교류 활성화를 중요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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