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22일 가족과 함께 마침내 입국

제주출신 재독 민주인사 송두율 교수(59)가 마침내 조국의 땅을 밟았다.

독일에서 그의 조국인 대한민국까지는 항공기로 10시간 밖에 안 걸렸으나 그의 조국 방문에는 무려 37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됐다.

송 교수는 22일 오전11시20분 독일 프랑크프르트발 루프트한자 LH 712 편으로 부인 정정희씨(61), 두 아들인 준(28)과 린(27)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입국수속을 밟고는 13시3분 출국장을 빠져나와 마침내 국내 민주인사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송 교수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한상렬 목사와 조성우 이사 등 국내 민주인사와 제주에서 올라간 '제주출신 민주인사 송두율교수 조건없는 입국 귀향을 위한 추진위원회' 임문철 신부(중앙성당)와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송 교수는 "입국수속을 밟으며 지난 67년7월15일 출국해 2003년 9월22일이 돼서야 입국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37년의 아픈 세월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송 교수는 입국소감에 이어 부친의 끝내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던, 그래서 자식으로서의 불효아닌 불효에 대한 회한을 깊이 드러냈다.

그는 "아버님께서 자식때문에 많이 상심하셨다"면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게 용기를 주셨던 분"이라며 "이제서야 아버님 묘소를 찾게 된 것이 애통하고 통절한 일이지만 늦게 온 자식을 아버님은 용서해 주실 것"이라며 부친에 대한 애정을 담담해 풀어나갔다.

송 교수 부인인 김정희씨는 "감격스러울 뿐"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고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벗들과 친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들 준씨는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버지의 나라를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꿈이 실현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송 교수는 귀국인사말에 이어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 첫 질문으로 제민일보 서울주재 이태경 기자의 "고향 제주는 언제 찾을 것이냐"는 기자질문에 "제주도는 아버님의 고향으로 우리 선영이 있다. 아버님과 할아버님 묘는 경기도 광주에 있지만 제주에는 증조부 묘가 있다"며 제주와의 개인사를 밝혔다.

송 교수는 "옛날에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코르시카를 찾았을 때 프랑스 관광객이 나 보고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섬을 놔 두고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물어 내가 '그곳이 어디냐'고 하자 '당신 고향인 제주도'라고 말해 우리 가족들과 함께 반드시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일정으로는 10월2~3일 제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잠정 잡혀있다"고 밝혔다.

또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는 이지훈 대표에게 "공식일정이 9월 30일 끝나는 만큼 제주를 찾는 시기는 10월 1일에서 3일 사이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 교수와 정정희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임문철 신부, 이지훈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제주의 소리'를 통해 제주도민의 사랑을 확인했다. 6촌 동생 두영(창헌)이 소식도 '제주의 소리'에서 봤다"며 "너무나 고맙다"며 두 손을 굳게 잡았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송 교수와 동행입국한 김형태 변호사는 "국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이는 구속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받기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송 교수도 그동안 불필요한 오해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국정원에서 체포영장을 강제집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날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가 있는 경기도 광주를 방문, 성묘한 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측이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등 귀국 공식행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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