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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텍 김형수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해녀 할머니 자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제] 소프텍,  실제 해녀 3명 모델로 자서전-흉상 제작...김형수 대표 "다음은 4.3희생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제주 해녀. 영원히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 자원이지만, 고령화 등으로 그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주의 한 벤처기업이 해녀문화 전승 차원의 일환으로 해녀들의 자서전을 만들고, 3D프린터로 해녀 흉상을 만들어 화제다. 

주인공은 소프텍(SofTech). 2014년 1인창조기업으로 등록된 소프텍은 2015년 정부지원사업인 '산학연 첫걸음 R&D'에 선정됐다. 2016년 3D프린팅으로 만든 시제품&사출 성형 납품을 시작했고, 같은 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2017년 3월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소프텍은 같은 해 7월 ‘자서전 흉상패키지 개발’ 과제로 창의융합 R&D에 선정됐다. 

3D프린터 기반 벤처기업인 소프텍은 제주 해녀를 주제로 삼아 자서전과 흉상 제작에 돌입했다. 해녀문화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프텍 김형수(43) 대표는 “제주 해녀가 줄고 있다. 남아있는 해녀들도 대부분 고령이어서 훗날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해녀 자서전과 흉상을 만들어 후세대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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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프린터로 제작한 해녀 흉상에 대해 설명하는 김형수 대표.
올해 6월 말 현재 도내 해녀는 총 3985명. 이중 60세 이상은 무려 89.4%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30세 미만 1명 △30~39세 16명 △40~49세 47명 △50~59세 357명 △60~69세 1178명 △70~79세 1707명 △80세 이상 679명이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해녀 섭외에 애를 먹었다. 접촉을 시도한 해녀 대부분이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수차례 접촉을 통해 어렵게 모신 해녀는 총 3명.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고유을 할머니, 성산읍 신천리 현정남 할머니,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고태순 할머니다. 

예기치 못한 문제는 또 있었다. 자서전을 쓰려면 전문 작가가 필요했던 것. 

그렇다고 다른 지방 작가를 쓰기도 어려웠다. 해녀 할머니들의 진득한 제주어를 이해하기가 힘들거니와, 그 의미를 글로 오롯이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제주 출신 작가를 섭외한 소프텍은 수차례 할머니들과 만나 대화를 녹음하면서 자서전 제작에 들어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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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텍이 제작한 해녀 흉상과 자서전. 실제 모델이 된 고유을, 고태순, 현정남 할머니(왼쪽부터).

물질 여부는 당일 날씨에 의해 좌우되는데, 예보와 실제 날씨가 달라 인터뷰 약속이 틀어진 경우가 여러번이었다. 가령, 이튿날 비가 예보되면 물질을 못할 것으로 보고 인터뷰를 잡았으나, 약속 당일 날이 맑으면 물질을 나가버리는 식이다.   

책 1권을 제작하는데 든 기간은 2개월. 3명의 자서전을 완성하는데는 총 6개월이 걸렸다.  또 스캐닝 과정을 거쳐 할머니들의 흉상도 제작했다. 흉상은 추가 마감 처리가 뒤따랐다. 

흉상에는 남들은 모르는 소프텍 만의 정(情)이 담겨있다. 

할머니들 얼굴은 고된 물질과 밭일 등으로 주름이 가득했다. 백발이 성성했고, 머리카락이 없는 부분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소프텍은 상의 끝에 할머니들의 흰 머리를 다소 검게, 머리카락이 빈 곳은 조금 채워넣고, 피부도 일부 보정했다. 일종의 배려였다. 

김형수 대표는 “고령의 해녀들이 언제 생사를 달리할지 모른다. 그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모든 해녀의 자서전과 흉상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제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4.3이 그의 시선이 향하는 또하나의 지점이다. 

“해녀들의 삶을 기록한 뒤 4.3희생자에 대한 자서전과 흉상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4.3은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야 할 역사잖아요”  

문의 064-805-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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