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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물로 숨겨진 비경 만든 산물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2018년 07월 04일 수요일 09:24   0면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45) 서귀포시 색달동 생수물

‘색다리’라 했던 색달동의 옛이름은 ‘막은다리, 막은골’이다. 색달동은 ‘색’(塞)이 ‘막히다’란 의미로 마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하여 ‘거두다, 수확하다’란 의미인 색(穡)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들렁궤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으며, 이 근방을 ‘주승케’라 부르는데 주승(主僧)은 승려를 의미하며, 승려가 살았던 지경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지명이다. 이 근처에 개여물과 감수물 등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산물이 있다. 생수물 북쪽인 ‘유지남드르(드르는 들판을 의미하는 제주어)’에 사람들이 입주하여 설촌할 수 있었던 근거는 생명수인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색달동 주민들과 오랫동안 삶을 같이 해온 산물은 생수물로 마을의 주 식수원이 되어 왔다. 생수물은 마을 서쪽 색달천에 있으며, 예전에는 이 물을 이용하여 논농사도 지었으나 지금 논밭들은 감귤원으로 변모하였다. 색달천은 지금은 천제천이라 하며 하류를 베릿내라 부른다. 생수물은 마을 서쪽 색달로 81번길 색달천에 있는 산물이다.

▲ 색달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생수물은 ‘살아있는 물’이 솟아난다고 해서 붙여졌으며 이름 그대로의 산물이다. 그리고 생수에 물을 더하여 ‘수(水)물’이라 했던 것은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될 생명을 지키는 귀한 물이라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색달동에서 가장 좋은 식수라는 뜻이다. 생수물 주변에는 습기를 좋아하는 느릅나무과의 낙엽교목인 ‘푸조나무’라는 마을의 보호대상목 등 물의 기를 마시고 자란 나무들이 울창한 계곡의 숲을 이뤄 산물이 항상 시원한 기운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한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병풍처럼 둘러친 암반들은 산물의 발원지를 포근히 감싸 주면서 나무, 계곡, 산물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 주민들의 아늑한 휴식처로 계곡을 찾은 탐방객들의 숨겨진 여름피서지로 도민들에게 사랑 받는다. 그래서 이 산물은 제주의 숨겨진 보물처럼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에게 어릴 적 산물에서 놀던 추억을 회상하며 감회에 적게 해주며, 우연히 찾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피로를 해갈하는 안식처이다.

▲ 생수물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생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두 군데서 솟아나고 있는데, 색달천이 원류이기도 하다. 마을의 주 식수원인 산물은 1925년경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자연물을 그대로 이용하여 식수와 음식물 씻기,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재의 모습은 1993년에 서귀포시에서 유원지 사업으로 조성한 것으로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비하였다. 이 산물의 특징이라면 계곡 전체의 웅덩이(沼)를 이용하여 층층이 만든 계단식 다랭이와 같이 단계별로 나누어 원류가 용출된다. 최상위 맨 위 웅덩이에서 용출되는 윗물은 식수와 제사용 제수로, 그 밑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웅덩이(沼)을 활용하여 차례대로 음식물 씻기, 빨래터, 남녀목욕용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하부에서 용출되는 아랫물은 비상용 식수로 상부의 식수가 모자라거나 말라버릴 경우 대용 식수로 사용했다.

▲ 생수물 윗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생수물 아랫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마을에서는 생수물이 마을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준히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한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마을 발전을 위해서 문화생태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옛 운치를 반감시키거나 산물의 원형을 훼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생수물 공원 전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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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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