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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강한 기운으로 용솟는 산물

고병련 news@jejusori.net 2018년 07월 06일 금요일 09:16   0면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45) 북촌리 뱃구들 산물

옛날 고두리 언덕으로부터 시작해 ‘뒷개(後浦)’, ‘북포(北浦)’라 불렸던 북촌리는 바다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릴 수 있는 지역이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어업과 농경생활을 해 온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촌형 마을이다. 예전부터 북촌리는 양질의 산물이 여러 곳에서 용출되어 동쪽 마을에서 북촌의 물은 식수로서 최적이라 했다. 이 마을은 북포과원과 소금가마가 있었으며, 포구 앞 바다에는 수달(물개)처럼 보이는 다려도가 있다. 이 마을의 특색이라면 동네마다 각기 자기 물을 갖고 있었으며 정지물, 사원이물, 우왕물 등 약 20여개가 넘는 산물이 마을을 지키고 지탱해 주었다.

북촌리를 대표하는 산물로는 ‘뱃구들’ 포구 입구에 있는 사원이물이다. 사원이물의 정확한 유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사시사철 원 안에서 솟는 맑고 시원한 물이 변함없다’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 아닐까 한다. 이 산물은 중동 마을 입구에 있는 여성 전용의 물이다. 사원이물에는 두 개의 원형 시멘트 식수통이 놓여 있으며, 이렇게 설치한 이유는 밀물이 되어도 식수통에 바닷물인 짠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식수통이 넘치면 그 물로 음식물을 씻거나 빨래를 한 후 허드렛물(잡용수)로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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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이물 전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제주4.3 이후 지역사회개발사업으로 일부 개조되었으며, 목욕을 금기하였다. 물통 안은 많은 사람들이 물허벅을 지고 이는데 편리하도록 물팡도 길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원이 물은 우리 마을의 물이라고 말하는 것 같이 글자 ‘우’ 모양을 도안해 놓은 것처럼 산물 터를 꾸며 놓았다. 돌담에 시멘트로 치장하였지만 그래도 예전의 모습을 간직 한 채 보전하고 있다. 지금은 빨래 등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산지물과 가락쿳물과 사원이물은 고치 곤다(산지물과 가라쿳물과 사원이물은 같이 말한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큰 달고 맑은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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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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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이물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사원이물에서 바닷가 쪽인 북촌 중동 해안가를 보면 때에 따라서 식수로도 사용한 도와치물이 있다. 도와치는 마을에 중대사가 있을 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하는 집(일종의 공회당 혹은 마을회관)인 도갓집으로, 이 근처에서 나는 산물이란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남자들의 목욕 전용 산물이었던 이 곳은 포구를 정비하면서 원형 돌담형식으로 제주돌을 붙인 콘크리트 옹벽으로 개조하여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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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치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사원이물 동쪽 곁에 고냥(구멍의 제주어로 고망도 같은 뜻)에서 나오는 산물을 고망물이라고 한다. 이 산물에 물줄기가 올라와 그 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낫는다고 알려진 물이다. 아마도 이 물은 바닷물과 섞여 용출하기 때문에 염분기가 많아서 눈병이 잘 나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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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망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정지물과 검섯개물도 북촌마을의 설촌의 역사를 담은 산물이다. 정지물의 ‘정지’는 부엌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이 동네를 정지물동네라 한다. 이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북촌 서쪽동네인 섯동(西洞)의 식수였다. 이 산물도 사원이물과 같이 두 개의 원형 시멘트 식수통을 갖고 있으며 이름 그대로 여자들이 전용으로 사용한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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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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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물 전경.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검섯개물은 북촌서길 북촌리 해동이란 표석이 세워진 검섯개에 있는 산물이다. 서모오름 동쪽 동네인 ‘해동(옛 이름 해뎅이)’의 식수였다. 어로시설인 검섯개는 해수면 아래 바다 바닥이 용암으로 덮여 있어 검게 보이는 서쪽에 있는 포구란 의미이다. 이 산물도 두 개의 원형 시멘트 식수통을 갖고 있으며 여자 전용으로 사용했다. 

검섯개물에서 동측으로 50m 떨어진 바닷가 조간대 해동마을에서 우(右)측인 동쪽에서 솟는 물이다. 용출량이 커서 우왕물이라고 하는 산물도 있으나 지금은 솟는 양이 그다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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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섯개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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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왕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북촌 너븐빌레(넓다란 암반을 나타내는 제주어) 동쪽에는 용물이란 특별한 산물이 있다. 다려도 앞 용물코지라는 곶의 어로시설인 용물개에서 강하게 솟구친다. 용물은 말 그대로 용(龍)으로 기가 강한 물이기에 용출량이 많으나 식수로 사용하지 않고 남자들이 목욕물로 사용했다. 이 산물은 용암으로 자연 형성된 원형의 빌레통 바닥에서 솟구친다. 용출되는 모습이 용이 용트림한다고 하여 용물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돌담 등 보호시설이 없었으나 최근에 보호시설인 제주식 돌담을 쌓아 보존하고 있다. 

돌담은 다려도를 향해 용이 꿈틀대며 용솟움치는 듯한 형상으로 산물과 함께 보면 한폭의 그림이다. 이 산물이 있기에 북촌리는 용의 기운을 받고 발전하는 강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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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물과 다려도.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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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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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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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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