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제주대 교수 ‘제주근대건축산책’ 펴내…일제강점기~1970년대 까지 건축물 소개 

도대불, 4.3성,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진지동굴,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 강병대 교회, 옛 현대극장, 제주시민회관, 보훈회관, 옛 제주대학교 본관, 일식주택, 이시돌식 주택, 재건주택, 후생주택…
‘건축’은 공간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당연히 건축에는 사회적 언어가 담겨 있다. 제주만의 이야기기 깃든 근대건축 유산을 한데 모은 책이 나왔다. 

제주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제주 근대건축 산책》이다.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썼다. 제주 근대건축의 사회적 언어성, 사회적 책임에 대한 숨어 있던 제주건축물들의 이야기를 마실 길에서 듣는 듯 편한 책이다. 도서출판 루아크. 값 1만8500원. 

저자는 제주건축의 ‘근대’를 이종문화 유입기인 1910년부터 개발정착기인 1970년대까지로 구분했다. 제주의 산업구조와 건축, 제주인의 생활양식 변화 상황 등을 고려한 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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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근대건축 산책》김태일 지음. 도서출판 루아크. 값 1만8500원 ⓒ제주의소리

《제주 근대건축 산책》은 전체 4부로 구성했다. 일제강점기 건축물, 해방전후 건축물, 사회안정기의 건축물들을 차례로 소개했고, 마지막으로 제주의 근대건축가들을 소개했다. 

우도(1906년)·마라도(1915년)·산지(1916년) 등 제국주의 산물로 탄생한 서양식 근대 등대의 등장, 제주의 독특한 도대불, 제주땅에 새겨진 상처인 일본군 전적지(알뜨르비행장 격납고, 동굴진지), 4.3사건의 흔적인 성(城)·은신처·학살터·주둔지, 한국전쟁이 남긴 군사전적지(강병대교회,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 중공군 포로수용소) 등은 격동의 역사를 품은 흔적들이다. 

이밖에도 하와이식 발전을 꿈꾼 이승만 대통령 별장(대통령 전용 특호관), 허물어버린 옛 제주시청사, 한국전쟁 당시 임시정부청사 활용 계획이 있었던 옛 제주도청사(현 제주시청), 일명 석주명 연구소로 불리는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지소, 첫 철골구조물이 등장하는 제주시민회관, 대형 복합건축물의 등장인 옛 동양극장과 동문시장주식회사 등이 영화필름처럼 흥미진진하게 소개됐다. 

제주도가 낳은 걸출한 건축가들도 소개됐다. 연극인을 꿈꿨던 유학파 건축가 김태식, 한국건축계를 대표한 거장이자 건축에 한국적 곡선을 표현하는데 일생을 바친 김중업, 건축의 지역성과 기능성에 천착했던 김한섭. 그들의 철학과 자취가 녹아 있다. 

한편, 《제주 근대건축 산책》은 김태일 교수가 <제주의소리>에 지난 2003년부터 3년여간 ‘제주 근대건축 산책’ 코너에 연재해온 원고를 중심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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