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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엔 인랑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현택훈 traceage@naver.com 2018년 08월 04일 토요일 03:23   0면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산문으로 쓴다.> 시인 현택훈의 글 <영화적 인간>은 스포일러 없는 영화 리뷰를 추구한다. 영화 리뷰를 읽으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은 점이 그는 안타까웠다.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 다 말하는 글 대신 영화의 분위기만으로 제2의 창작을 하는 글을 쓰겠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 영화의 아우라로 쓰는 글이다. 당연히 영화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글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글 중 가장 좋은 글은 그 글을 읽고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글이다.’ 이 코너의 지향점이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영화적 인간] ④ 인랑(ILLANG : THE WOLF BRIGADE), 김지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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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제공=현택훈. ⓒ제주의소리

심야 영화를 보고 우리는 도남동 한 횟집에 갔다. 영화를 함께 본 한 명이 산낙지를 먹고 싶다고 해서 들어간 횟집에 산낙지는 없었다. 24시간 횟집이라고 간판에 표시되어 있지만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고 했다. 우리는 영화에 대해 얘기했다. 감독을 믿었는데 실망했다, 캐릭터가 잘 살지 못했다, 대결에는 개연성이 충분해야 한다, SF인 줄 알았는데 멜로였다, 도대체 인랑이 무엇이냐 등.

한라산을 주문했는데 참이슬이 나왔다. 잘못 나온 술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뭘 마시든 취하면 되는 밤이다. 서비스로 멍게가 나왔다. 멍게가 젓가락에 잘 잡히지 않았다. 오랜만에 청각을 먹으니 옛날 바다 생각이 났다.

네 명이 영화를 함께 봤다. 올리브, 아내, 나, 민승 형. 우리는 영화관 맨 앞 1열에서 봤다. 민승 형이 그런 자리로 돈을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투덜댔다. 요즘 실의에 빠져 있는 올리브는 영화가 자신의 기분을 치유해 주지 못해 실망한 듯했다. 아내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나는 청각을 먹으며 화북 바다를 생각했다.

오랜 여행으로 마음을 요가하는 민승 형이 이 영화에 인랑은 기의가 아니라 기표라고 말했다. 시뮬라시옹이 어쩌구저쩌구 말하는데 점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민승 형은 술에 취하면 나타나는 단계별 행동이 있는데 국물을 마구 들이켜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3단계에 이르렀다.

내가 청각이 맛있다고 말하자 민승 형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인랑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고.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인랑이 사라진다고. 인랑은 어느 곳에나 있는데 그 근원을 알려고 하는 순간 인랑은 사라진다고.

횟집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는 민승 형의 두 눈동자가 인랑처럼 붉게 반짝였다. 민승 형이 4단계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 인랑을 택시에 태웠다. 산낙지 같은 택시가 아스팔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현택훈 
고등학생 때 비디오를 빌려보며 결석을 자주 했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처음 쓴 소설 제목이 ‘중경삼림의 밤’이었다. 조조나 심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를 소재로 한 시를 몇 편 썼으나 영화 보는 것보다 흥미롭지 않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좀비 영화에 빠져 지내다 지금은 새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낸 시집으로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http://www.jejusori.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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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08-06 13:28:35    
인랑이 보고싶어졌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1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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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8-08-06 20:00:12    
인랑을 까는 글인데 인랑이 보고싶어졌다고? ㅋㅋ 난독증 추가요 ㅋㅋ
2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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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 2018-08-05 22:02:18    
인랑을 봐서 조금 답답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답답함이 조금 사라지네요.
17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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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8-08-05 00:12:10    
거창하게 말해서 산문이지... 그냥 일기구먼~~
제주의소리 수준하고는 ㅋㅋㅋ
2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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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18-08-06 12:10:52    
그냥 가볍게 읽으면 되는 글에다...악플이나 달고..
당신 수준도 궁금하다
49.***.***.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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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8-08-06 19:58:40    
가벼움을 논한다면 가볍게 일기라 그러면 되지 왜 산문이라 그러냐? 가벼운 수준을 따지면 당신수준이 훨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냐? 더운디 고생허라게 ㅋㅋㅋ
27.***.***.208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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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2018-08-04 19:22:04    
아 죄송합니다 영화 속 철학적 문제를 술 마시는 이야기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인랑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본 것인데 가치 없어 보여서 죄송합니다 지난 글들이 너무 진지해서 재미있게 써보려고 했어요 정도를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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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08-04 22:25:26    
영화의 분위기만으로 제2의 창작을 하는 글이라는 코너 성격을 잘 이해못하는 분이 계시네. 뻔한 영화 이야기 궁금하면 네이버를 가던지 하지...
어쨌거나
누구나 인랑이 될 수 있죠. ㅎㅎ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본 취지를 계속 잘 살려주세요
223.***.***.24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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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08-05 11:20:27    
답답시럽게
제2의 창작은 보는 이에 따라 이해 안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글도 포함되는거지요.
영화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제대로됐다는 건 지극히 편협한 고정관념 아닌가요?
그건 네이버 가서 확인하구요.
훈계질 하지 말고 그저 보세요.
2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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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추방 2018-08-04 10:13:12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건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발언한 그 시인이네~나는 네가 부끄럽다.
39.***.***.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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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 2018-08-04 21:23:21    
나도 자네가 참 부럽네.
아! &#039;끄&#039;자가 빠졌네 그려.
내가 넣어주기 귀찮으니 대충 자네 원하는
곳에 알아서 넣어보게나.
2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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