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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인 정희원 씨가 최근 신간 《저 숲에 하얀 사슴이》(출판사 고요아침)를 펴냈다. 

시인은 4부로 나눠 총 65편의 시 작품을 실었다. 책 속에는 백일홍, 모란꽃, 소나무, 개나리꽃, 할미꽃, 구절초, 매화, 코스모스, 채송화 같은 꽃과 자연을 주로 보며 느낀 풍부한 감성을 담았다. 그 감성은 중년의 언덕을 지나 황혼으로 향하는 지난 삶의 여러 추억이 함께 녹아 있다.

저 숲에 하얀 사슴이
정희원

바람 한 점 없는 사려니 숲
하나같이
흰 추위에 발 묶인
하얀 사슴들
나들잇벌 한 벌 없어
곱은 손 엉겨 붙은 입술은
그 흔한 한소절의 유행가도
뽑을 수 없어
멀거니 바라보는 저 눈에
마지막 잎새 지던 날
먼 길 가시기 전
무성영화처럼 숨 가삐 입짓하다만
못 다한 어무이의
모진 세월 등허리 휘어진
서러운 이야기가
아른 아른 걸어온다.

지금은 빈 시골집 뒤란
어무이 아끼시던 장독소래기에
새 무명 옷자락 펄럭이고 있을까
굴묵지핀
구들방 아랫목이 그립다.
오종문 시인은 작품 해설에서 “이 시편 속에는 제주 땅의 아름답고 서글픈 사계의 풍광 속에 녹아나는 척박한 삶과 아픈 역사를 노래하고, 또한 제주 산하의 나무와 꽃 등의 이야기를 정겨운 제주 토속어를 통해 맛깔나게 표현해낸다”면서 “정희원 시인은 상처투성이인 제주 땅이 가진 아픔을 치유의 언어로 시를 천착하면서 제주 땅의 숨결을 이어가면서, 일상과 가까운 풍경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시인은 <한국문인> 시 부문 신인상, <서울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봄山은 잠을 못 잔다》, 수필집 《59가지 이야기》 등이 있다. 공저는 《한국대표 명산문집》, 《한국대표 명시집》, 《명작가선 한국을 빛낸 문인》 등 다수가 있다. 세계문학상과 녹조근정훈장을 서훈했다.

제주도교육청 장학관, 중학교 교장, 탐라교육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제주문인협회, 제주수필문학회, 혜향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102쪽, 고요아침,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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