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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대천교차로에서 송당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간. 다음 스카이뷰 갈무리.
왕복 4차선 확장 공사로 삼나무 수천그루 '싹둑'..."즉각 중단" vs "오래된 주민 숙원"

10여년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1112도로) 주변 삼나무들이 무참히 잘려나가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송당리로 이어지는 비자림로 약 2.94km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히는 확·포장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공사 기간은 2021년 6월까지다. 

도로 폭을 넓히면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비자림로 주변 삼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다. 삼나무들의 수령은 수십년은 족히 돼 보인다.  

하루 베어내는 나무만 약 100그루, 앞으로 베어내야 하는 나무는 총 2400여 그루에 달한다. 벌목 작업에만 약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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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해 벌목된 도로변 삼나무들.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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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포장 공사 전 삼나무가 울창했던 비자림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천그루의 나무를 베어내면서 비자림로 경관 파괴는 물론 환경 훼손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2015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잘린 삼나무는 폐기되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계되고 있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이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며, 삼나무가 자연림이 아니기 때문에 베어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민 숙원사업으로 추진돼 수년 전 주민설명회를 거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사업이다. 공사구간에 사유지 72필지가 포함돼 보상협의를 하다 보니 공사 시작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54필지에 대한 보상협의를 마무리했다. 보상협의를 진행하면서 공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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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해 벌목된 도로변 삼나무들. ⓒ제주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는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 동부지역 교통량 해소를 목적으로 삼나무를 훼손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한다는 목적이지만, 비자림로가 다른 도로보다 정체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다. 도로 확장에 따라 (오히려)교통량이 증가해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4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구(舊)국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자림로를 국토교통부 제4차 국지도 도로건설계획에 반영한다고 했다. 국토부 계획에 반영됐다면 여러 행정절차를 거치게 돼 비자림로 삼나무 숲 경관 보전 방안도 검토될 수 있었지만(안됐다), 제주도는 경관을 파괴하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비자림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추진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통령 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고, 환경과의 조화, 편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자연미를 극대화한 도로지만, 제주도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2010년 절물휴양림 입구 삼거리 근처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과 5.16도로를 잇는 비자림로를 넓혀 직선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다 여론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관 훼손 비판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주도는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삼나무 숲길 보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진행중인 공사의 시급성을 따져봐야 한다. 필요한 사업이라도 숲길을 보전하면서 사업의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우선이다.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렵다. 관광 명소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비자림로는 차를 타고 숲 속을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곳이다. 주변에는 수려한 오름 군락이 자리하고 있다. 
▲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해 벌목된 도로변 삼나무들.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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