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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내용 담겨야" vs "구체적 기술 무리"...공론조사위서 의견 엇갈려 결정 뒤로 미뤄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의 운명이 달린 제주도민 3000명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주도가 여론조사 질문지 작성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다. 

10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 공론조사위원회는 전날 오후 4시30분부터 제주도청에서 회의를 갖고, 여론조사에 쓰일 질문지 작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초 제주도는 이날 회의에서 질문지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론조사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질문지를 확정짓지 못했다. 

질문지 초안은 성별과 나이 등 기초 문항 외에 녹지병원 설립 찬·반을 묻는 문항 4개 정도로 구성됐다. 

일부 위원들은 문항이 너무 단조롭기 때문에 내국인이 녹지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부는 설문조사 질문지에 너무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병원을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표현할지, 아니면 ‘외국인 투자병원’으로 할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만큼 이후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질문지 작성 단계에서부터 찬·반 의견을 균형적으로 담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결국 공론조사위는 이날 질문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공론조사를 맡은 업체에서 질문지를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업체 측은 곧바로 질문지 수정·보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그 결과를 갖고 공론조사 위원들에게 보내 추가 의견을 물을 방침이다. 

제주도는 오는 21일쯤 질문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질문지가 확정되면 곧바로 실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연령·성별·지역 등을 배분해 도민 3000명의 응답을 받아야 한다. 응답률 등을 감안하면 약 2만~3만명에게 전화가 갈 것으로 보인다.  

상담원이 직접 휴대전화나 집 전화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숙의형 공론조사는 제주에서 녹지병원이 첫 사례다.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녹지병원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민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녹지병원은 중국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약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추진하는 병원이다.

진료 분야는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 이미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인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허가 여부를 두고 기존 병원(비영리병원)과 영리병원이 경쟁하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찬성 입장과,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고 향후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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