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5) 붉은사철란 (Goodyera macrantha Maxim)
-난초과-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지만 무더위는 떠날 줄 모르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더위에 힘들어 하는 만큼 식물도 무더위 속에서 힘들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주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피어난 난초과의 붉은사철란을 소개합니다. 

붉은사철란의 종소명 ‘macrantha’는 그리스어로 ‘큰 꽃의’라는 뜻인데 ‘사철란속’ 중에서 가장 큰 꽃인 사실에서 유래합니다. 국명은 상록성 잎과 ‘사철란’에 비해 꽃 색이 붉은 빛을 띠는 데서 연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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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붉은사철란은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가진 자그마한 난초입니다. 사철란 중에서도 붉은사철란이 제일 먼저 꽃 피우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사철란 잎은 녹색바탕에 흰 줄무늬가 나 있으며 잎에 비해 꽃이 큰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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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철란 종류는 국가식물표준목록 기준에 따라 보통 6종으로 구별합니다. 사철란을 비롯해 붉은사철란, 털사철란, 섬사철란, 청사철란, 애기사철란 등으로 구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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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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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철란을 노래한 유유님의 시를 붙여 봅니다. 

붉은사철란의 큰소리
유유

더운가
뭘 요 정도 갖고 덥다고 투정부리면 쓰나

소리는 들리는데 안 보인다
눈 크게 뜨고  바닥을 자세히 살펴 보니
장난감 나팔 닮은 꽃이 있는 것 같다

땅바닥에 붙어 있으니 시원하겠지
그것도 햇볕 안 드는 나무 그늘 속에서 사니
더위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

그래서 큰소리 내나 보다
하긴 작은 이파리 작은 키를 비교해보면
저만큼 큰 꽃도 드물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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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꽃을 접사해 보면 참 매력적인 아이가 바로 이 붉은사철란입니다. 들여다보면 분홍색을 살짝 머금고 꽃받침에는 연한 털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작은 난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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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붉은사철란은 제주도, 완도 등 남도와 다도해 도서지방에서 나는 상록성 다년생 초본입니다. 생육환경은 반그늘의 부엽질이 풍부하고 공중습도가 높으며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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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붉은사철란이 고개를 내밀고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숲속의 귀여운 요정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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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철란 꽃말은 바로 ‘귀여운 요정’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숲속에서는 더위를 이기며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이 붉은사철란이 지고 나면 사철란이 피고, 털사철란이 뒤를 이어 피어나겠지요.

무더위 속에서 <제주의소리> 독자님들께 건강하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이번 주 한라산의 식물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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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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