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55) 남원리 건드르물

의귀리에 속한 마을이었던 남원리는 금롯개라 했던 마을이다. 소금을 생산하고 해조류를 채취하면서 재산을 일궈나가면서, 남원포인 ‘재산이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남원(南元)은 의귀원에서 유래하여 원(院)의 남쪽에 형성되었다는 의미였으나, 지금은 ‘남쪽의 중심(으뜸)’이란 뜻으로 남원(南院)이라고 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 마을의 식수는 바닷가 여러 군데에서 용출하는 샘을 이용하여 해결했는데, 마을의 중심에는 건드르물이란 독특한 산물이 바다에서 용출된다. 그러나 이 산물은 밀물 시 물에 잠기기 때문에 식수를 길러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건드르물은 갯가의 암반을 뚫고 용출되고 있는데, 물이 시원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건드르’는 건드렁한 또는 건드르하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제주어로 시원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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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남원1리 일화연수원 앞 바닷가에서 솟는다. 해안지하수의 부존특성인 해수(바닷물)와 담수(산물)의 밀도 차(비중차 1:1.025)에 의해 경계면을 형성하는 원리인, 담수가 해수위에 렌즈의 형태로 떠있는 상태를 뚜렷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그래서 바닷물과 경계를 하고 있어 언뜻 바닷물로 오인할 수 있지만, 물을 떠서 마셔 보면 물이 달아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산물과 바다와의 경계가 어딘지 명확히 구분이 안 될 경우 관능법에 의해 인체의 오감을 살려 물은 떠서 마셔보고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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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물 같은 건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물은 코지같이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암반을 사이에 두고 용출되는 양원수다. 암반을 경계로 두 곳에서 솟아나와 두 갈래로 길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과거에는 솟는 양이 많았는데 지금은 산물 윗 지역에 지하수가 많이 개발되면서 용출량이 많이 감소되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건드르물은 처음 솟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 산물은 식수통 등 인위적인 산물 터를 조성하지는 않았으며 자연발생적으로 용출되는 산물로 그 주변을 에워싼 바위와 푸른 물빛이 어우러진 풍광으로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 충분하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빨래터로 이 산물을 아는 사람들은 여름철이면 일부러 찾아가 목욕을 한다. 바다가 숨겨 놓은 신비로운 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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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에서 솟는 건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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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들어가는 건드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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