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은 절대 보존이다. 제주 자연은 ‘제주도민 우리’가 지켜야 한다. 최근 비자림로 훼손, 다랑쉬오름 도로공사, JDC 신화월드 서광서리 하수 역류로 인한 오폐수 문제 등에서 보듯 제주 문제는 더 이상 제주만의 문제로 머무르지 않는다.

제주자연 훼손에 대한 문제점을 인터넷상에 올려 여론을 공론화 할 때가 됐다. 현재 청와대가 운영하는 국민청원 시스템을 본 따, 도민 청원 게시판을 제주도의회나 제주도 홈페이지에 만들 것을 제안한다. 69만 도민의 약 1%가 청원 누계가 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도정이 답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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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신화역사공원 오수가 역류하면서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 교차로에 넘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옛 제주인들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주인의 3대 발명은 1234년경에 나온 돌담과 밭담·정낭, 그리고 묘(墓)의 신문(神門)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요즘 불고 있는 4차·6차 산업혁명이 모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가 원리인데, 그 답은 ‘수눌음’에 있다. 수눌음 안에 내포된 의미는 바로 '노동공유(勞動共有)'이다.

제주에서 돌담은 밭이나 집 울타리 경계를 표시하면서 소나 말의 침범을 막고 바람을 막는 역할이다. 제주에서 돌(石)의 삼촌(Uncle)은 바람이다. 바람이 돌을 쌓았다. 제주 바람은 연평균 초속 4.8m/s로 분다. 돌담은 정해진 규칙 없이 얼키설키 쌓아지고 돌 사이의 틈새인 돌트멍이 일종의 창문이 되면서, 거센 바람이 불고 지나가도 돌담은 끄떡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돌 각자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돌이 이웃과 의지(依支)하면서 서로 버티는 상생(相生, Reciprocal Cooperation)과 돌담이 연결체의 대칭(Symmetry)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돌과 돌의 수눌음 네트워크로 부를 만하다. 

제주 특유의 사회관습 괸당(Social Custom Family Networks)도 돌의 수눌음에서 온 것이 아닐까. 수눌음(手積)은 ‘손들을 눌다’의 뜻이고 눌다는 ‘쌓다’는 의미다. 손들을 쌓아 서로 도와 가면서 농사일을 하는 노동의 공유이다. ‘눌’은 보리눌, 촐 눌 등으로 쓰이며 보리나 소꼴을 원기둥으로 쌓는 것이다.

‘괸돌(支石)’은 고인돌에서 비롯됐는데, 순 우리말인 고인돌은 고대 부족 국가 지배계층의 무덤 또는 제단을 의미하며, 이 단어의 유래는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괸돌 또는 고인돌에서 왔다. 돌을 쌓으면 돌담이 되고, 밑받침 되는 돌은 괸돌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다음 돌을 다시 얹으면 괸담(礎墻)이 되고, 이것은 곧 돌과 돌의 수눌음(Neighbor Cooperation Culture)이다. 괸담(礎墻)은 제주인의 관습상 발음 변화(口語体)로 인해 괸당이 되며, 괸당은 제주인의 돌담문화에서 꽃 핀 제주 특유의 수눌음, 즉 ‘노동 공유문화(文化)의 연결 네트워크’다.

제주 사람들이 괸당에 그렇게 집착하는 까닭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로부터의 온갖 위협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이웃 간 촌락내혼(村落內婚)으로 연대(連帶)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괸당의 탄생 배경은 제주의 자연 환경과 국가 사회적 현상 때문이다. 제주를 부르는 다른 말로 삼재도(三災島)가 있다. 수재(水災), 풍재(風災), 한재(旱災)로 흉년이 지속되었다. 특히 조선 영조(1739년) 정조 때가 무척 심했다. 김만덕은 굶어 죽는 백성을 위해 구휼을 했다. 흉년을 이기지 못해 뭍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서 도민 출륙 금지령이 200년간(1629~1823) 내려졌고, 몽고 원나라의 제주지배 100년(1273~1373)과 1948년 4.3 사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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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호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따라서 항상 바람 부는 제주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괸당 문화의 탄생 배경이 됐다. 괸당이 상을 당했을 때는 고적(쌀을 얼마씩 할당) 장부(Codebook)를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 블록체인코드의 원형이라고 본다.

우리 선조들은 고향 제주가 어려울 때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슬기롭게 이용하여 후손들에 물려줬다. 이제 우리도 제주 산하를 잘 보존하여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 / 전북대 전자공학부 초빙교수 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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