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231_239090_2855.jpg
▲ 6월2일 오전 10시30분쯤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 피의자인 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는 모습.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피고인 살해 고의성 부인 ‘살인vs상해치사’ 쟁점...추가 피해자 3명 등장 '유족측 엄벌 요구'
 
“천하의 악랄한 놈!”

피고인이 법정에 모습을 보이자 방청객석에 있던 한 어르신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가슴 속에 있던 말을 쏟아냈다.

재판장과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고서야 멈춰 섰지만 방청객석 한쪽을 채운 유족들은 재판 내내 피고인석을 응시하며 연거푸 분노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5)씨를 상대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씨는 6월2일 오전 11시쯤 서귀포시 강정동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교사 A(27.여)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일 오전 10시30분쯤 피해여성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먼저 들어갔다. 5분 뒤 집으로 들어온 여성을 오전 11시11분까지 폭행했다.

김씨의 발길질에 온 몸을 구타당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낮 12시49분 숨졌다. 당시 119신고자는 다름 아닌 김씨였다.

부검 결과 췌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은 A씨의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췌장이 파열된 점에 비춰 살해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여성에게 자신의 집안일을 시키고 돈까지 빼앗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평소 종교를 내세워 피해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정에서 구체적 진술은 없었다.  

수사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을 미국 명문대학인 버클리음대 출신의 작곡가라고 소개하며 난해한 답변을 내놓았다.

검찰 조사에서는 “피해자와는 사회적·종교적 멘토 사이로 A씨가 자신을 무시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변호인을 통해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폭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해의 고의성을 갖고 때린 것은 아니”라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하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상해치사는 3년 이상으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변호인측은 격노한 유족들의 반발을 우려해 법정에서 이 같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의견서로 대신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부검의에 사실조회 요청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재판부가 준비기일을 마치고 추후 공판 일정을 잡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 중 한명이 발언권을 요청하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이 유족은 “피고인은 천하의 악랄한 놈이다. 단 한번도 유족에 사과를 한적도 없다”며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3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살인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피해자들은 김씨에 대해 사기와 공갈, 금품 갈취 등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들의 감정적인 부분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 등을 악용했다는 피해자의 진술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3명에 대해서도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는 남성 1명과 여성 2명 모두 3명이다.

피고인이 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하면서 향후 재판에서는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 적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