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일심 주식 부인 지분 포함…대표이사직도 사퇴

▲ 장동훈 의원이 자신과 부인이 소유한 건설회사 주식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했다.
건설업자 출신으로 도의회에 진출한 한나라당 장동훈(제주시 노형 을) 도의원이 자신과 부인이 소유한 건설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비록 비상장 회사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하기는 장 의원이 처음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동훈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은 물론 부인이 소유한 주식 전부를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에 백지신탁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과 부인이 백지신탁한 주식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몸 담고 있는 믿음종합건설(주)과 일심개발(주) 주식 각각 4만8718주와 4만4429주. 두 회사 전체 주식의 60%를 조금 상회하는 물량이다.

환경도시건설위원회에 속한 장 의원은 이와 함께 2일부터 믿음종합건설과 일심개발의 대표이사직도 사퇴했다.

건설업자가 지방의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전문성'보다는 "이권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보다 공정한 의정활동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보여준 셈이다.

일부 도의원들은 대표이사직을 내 놓은 것으로 이를 마무리하고 있으나, 장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소유주식 자체를 백지신탁해 도의원 신분을 유지하는 동안 회사와의 관계를 스스로 절연, 이권이 개입할 의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이와 함께 도의회로부터 받는 전액을 털어 개인 유급정책보좌관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장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도의원 원급 344만9000원(의정활동부 150만원+월정수당 194만9000원)으로 정책보좌관을 채용할 방침이다. 자신의 월급으로 유급정책보좌관을 두겠다는 것은 5.31 지방선거 당시 장 의원의 공약이다.

장 의원은 "내 스스로 전문성을 갖고 의회에 진출했으나 일부에서는 '건설업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회사 대표이사직 사퇴와 함께 집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해 주식일체를 백지신탁했다"면서 "유급보좌관을 두려는 것도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서 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선거공약이행 차원에서 유급보좌관을 채용하지만 이를 계기로 유급보좌관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백지신탁이란?

공직자가 재임 기간 동안 재산을 공직과 관계 없는 대리인에게 맡기고 절대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폐쇄펀드'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고위 관료나 상하 양원 의원들이 국정을 수행하는 데 공정성을 기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재산을 공직과 관계없는 제3의 대리인에게 명의신탁하게 함으로써 자신 소유의 주식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간섭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바로 '블라인드 트러스트'이다.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고위 공직자들은 취임과 동시에 공직윤리규정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을 블라인드 트러스트에 신탁해야 한다.

이후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자신이 신탁한 재산이 어디에 어떠한 용도로 투자되었는지 물어 볼 수조차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위탁한 돈이 어느 주식에 투자되었는지 알게 될 경우, 특정 회사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신의 공직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대통령·연방준비제도이사회회(FRB) 의장·부통령·장관·장성 등 모든 고위 공직자들이 포함된다.

한국에서는 2002년 9월 제16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던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주) 주식을 명의신탁하는 방법으로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무직 공무원의 유가증권뿐 아니라 부동산도 신탁을 하는 블라인드 트러스트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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