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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관악제 마지막 순서인 16일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 입상자 공연 모습. 제공=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 ⓒ제주의소리

[종합] 2018제주국제관악제, 관악·타악콩쿠르 성황리 마무리...“내·외부 협업 개선돼야”

제주의 대표 여름 축제이자 음악 축제인 ‘제주국제관악제,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16일 오후 8시 콩쿠르 최고상 수상자들의 공연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관악제 조직위원회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총 9일간 관람객 수 약 5만 여명을 기록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5만 여명이란 누적 관객 수는 정확히 측정된 수치라고 볼 수 없지만, 양적인 면에서 올해 관악제는 분명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은 30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면서 흥행을 기록했고, 축제 기간 동안 메인 프로그램 격인 오후 8시 동시 공연(제주문예회관, 제주해변공연장, 서귀포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에도 꾸준히 관객이 찾았다.

특히 서귀포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에는 많게는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여름 밤 관악 연주를 만끽했다. “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인 건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관객 반응도 적극적이었다”는 현장 참석자의 설명을 더한다. 이는 유래 없는 폭염에 더위를 식히려는 현상도 상당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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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으로 가득 찬 서귀포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 제공=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 ⓒ제주의소리

올해 관악제에서 주목할 점은 화제성이다. 

개막식에 초청한 한국의 손꼽히는 젊은 피아니스트 선우 예권이 대표적이다. 선우 예권이란 ‘브랜드 파워’는 타 지역 뿐만 아니라 제주 안에서도 기관, 개인 가릴 것 없이 상당한 관심과 반응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애초 개막공연장인 컨벤션센터 탐라홀을 절반만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공간을 넓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두 팔이 없어 왼발만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독일 연주자 펠릭스 클리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화제가 됐다. 8~9일 개막공연과 마에스트로 공연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신체장애를 뛰어넘는 음악성을 도민들에게 선사했다. 9일 마에스트로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제주도문예회관 로비는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성황을 이뤘다.

수준 높은 음악 연주도 눈에 띄었다.

전문 연주자들이 모인 마에스트로 공연은 현대적인 재즈, 고전 클래식을 두루 아우르는 구성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마지막을 장식한 콩쿠르 베이스트롬본 심사위원 7명의 합주는 섬세하면서 정확한 호흡으로 백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1일 제주해변공연장에서 열린 타악기 연주자 루딕 알버트와 그의 제자 제주도립교향악단 수석연주자 오승명의 합주 역시 오랫동안 기억될 만하다. 이날 연주된 루딕 알버트의 자작곡은 장엄한 느낌으로 울산대학교 심포닉밴드와 멋진 무대를 장식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제주해녀 공연은 올해도 제주시 고산리, 서귀포시 대평리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해외 팀과 주로 손발을 맞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남필하모닉 청소년관악단, 대한민국 해군군악대가 각각 투입됐다.

소규모 뮤지컬을 공연한 쿠드봉 윈드오케스트라, 유쾌한 무대를 선보인 스위스 코미디 브라스와 앤 더 브라스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지난해 콩쿠르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고 이번 관악제를 찾은 금관5중주 ‘粋(수)’, 가야금 연주와 제주·서귀포·라이온스 합창단의 <한국환상곡> 합창이 울려퍼진 경축음악회, 한국 작곡가 관악 작품의 집중 조명, 미8군 군악대 등 인상적인 무대가 올해 관악제를 채웠다.

콩쿠르는 소소하지만 여러 면에서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전체 일정이 끝난 뒤 진행하던 콩쿠르 참가자와 심사위원 간의 워크숍을 앞당기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콩쿠르 결선 페이스북 생중계는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참여해 큰 호응을 얻으며, 콩쿠르를 대표할 콘텐츠로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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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변공연장에서 루딕 알버트, 오승명, 울산대학교 심포닉밴드의 공연. 제공=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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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평리 해녀 공연. 제공=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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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선해수욕장 야외공연장 공연 모습. 제공=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 ⓒ제주의소리

이처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올해 관악제·콩쿠르지만 진행 과정에 있어서 미흡한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인력 문제는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관악제 집행위원회는 올해부터 집행위원장, 운영팀장, 총무팀장, 국제팀장(통역) 4인 상근 직원 체제를 갖췄다. 역할 별 최소 인력을 하나씩 갖춰나가면서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관악제 기간 동안 자원봉사자·스태프·집행위원 간의 유기적인 협업은 아직 미흡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상당하다. 여기에 제주대학교·제주한라대학교 등 지역 대학의 참여, 도립 예술단과의 소통 등 드러나지 않아도 짚고 가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봉합한 채, 이번에도 ‘어떻게든’ 행사를 치렀다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근 직원 확대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업무 매뉴얼 정립 ▲역동적인 업무 분위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집행위원회의 신구(新舊) 조화 ▲지역 음악계와의 소통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집행·조직위원회가 부족했던 행정력, 대외협력 능력을 상당부분 채워준 현을생 조직위원장의 역할은 계속 중요해 보인다. 

관악제 사정을 잘 아는 모 관계자는 “일각의 희생을 바탕으로 관악제를 치르는 지금까지의 관행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던졌다. 

이와 관련해 이상철 관악제 집행위원장은 “23회를 맞는 관악제의 기초적인 틀은 이제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틀 안에서 행사를 움직이는 시스템은 여전히 70~8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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