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1) 프랑스의 사업고용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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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업고용협동조합(CAE : coopératives d'activités et d'emploi)'.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인큐베이팅과 함께 재무관리나 행정처리 등을 도와주는 노동자(직원)협동조합이다. 다른 지역에선 조금씩 알려지곤 있지만 우리 제주에선 아직까지 낯설기만 하다. 

예비 창업자들은 여기에서 조합의‘사업자 직원’(모순적 표현이긴 하지만)으로 활동하면서 사업방법을 배우고 독립한 이후에는 조합원으로 참여해 그 역량을 전수하게 된다. 개인들은 이 협동조합의 직원이면서 사업가인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다름 아닌 창업과 기업 활동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사회적연대 비즈니스모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거론되는‘코파남(Coopaname)’은 2004년 설립되어 사업가직원은 450명이 있고 조합원은 195명에 이른다. 컨설턴트, 번역가, 공예가, IT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플리마켓 셀러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에코 건설사업체인 알테르-바티르(www.alterbatir.fr) 사업고용협동조합 같은 것도 있다. 2015년 현재 프랑스에는 92개의 사업고용협동조합이 있고, 여기에 5,000 여명의‘사업자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의 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협동조합에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3년 동안 자신의 꿈을 조립해본다. 이 시간 동안은 ‘사업자 직원’과 기업의 관계지만 기업의 홍보와 마케팅 등 경영컨설팅을 협동조합에서 지원해준다.

그렇게 사업구조를 다져서 매출이 발생하게 되면 협동조합과 계약을 맺게 된다. 사업자 직원에서 사업자 조합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후 매출의 10%를 회원비로, 보험료 3.3% 등을 조합에 내게 된다. 이런 개개인의 매출 일부가 모여 사업고용협동조합 전체의 매출을 이루는 구조. 대신 업계 전문 정보 수집이나 사무실 공간 제공, 그리고 개인이 하기 어려운 행정이나 법적 지원을 대신해준다.

결국 사업고용협동조합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게 성공할 사업이 될지, 어떻게 사업을 하면 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창업사관학교 같은 곳. 예비 창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지위와 더불어 사업자와 노동자의 이중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이라 할 것이다.

사업고용협동조합은 자기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큰 사회적경제조직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전문 컨설턴트들과 함께 사업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공유기업 모델이라 할 것이다. 

예비 창업자 등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은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서 제외되고 계약서 작성이나 계산서 발행, 세금처리 등 행정업무 부담이 큰데 사업고용협동조합의 직원이 됨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사업고용협동조합 내 다른 직원들과의 협업을 하거나 협력적 관계를 만듦으로써 사업에 도움이 된다. 고립된 개인 노동(사업)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노동(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면서 창업했다 실패하면 그저 실업자이다 못해 노숙자가 되기까지 하는데, 이 협동조합에 소속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술과 경영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내 꿈을 안정적으로 꿈꿀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1등만 기억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래서 이 곳을 다녀온 연수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더더욱 마음을 울리는 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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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우리 제주에서도 한 번 그려보면 어떤가. 성공여부를 모르는 사업자 직원들을 고용하는 일이니만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활용해서 재원마련을 도우면 또 하나의 혁신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민선 7기 공약으로 청년들의 先고용 後교육훈련이란 프레임의‘제주 더 큰 내일센터’를 설립하는 마당에...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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