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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제주의소리 news@jejusori.net 2018년 09월 12일 수요일 15:24   0면
오한정(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본부 조직국장)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20일,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침 발표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토록 원하던 정규직 전환이 현실로 된다는 희망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희망은 단지 ‘희망’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차 정규직 전환사업장인 중앙행정기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지자체, 교육기관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격렬하게 정규직 전환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직접고용 원칙을 무시한 채 자회사 고용방침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정부지침대로라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상시지속업무 종사 기간제 노동자들이 1차 대상기관들의 저항에 밀려 대부분 전환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제주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단계 전환대상이었던 제주도의 기간제,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율은 초라할 정도이다.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율이 불과 3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주도를 비롯한 산하기관의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실태조사에서조차 사라졌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용역입찰공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매년 수많은 기관에서 청소용역 입찰공고를 하고 있고, 실제로 수많은 용역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산하기관에 간접고용 노동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기를 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결과는 ‘간접고용 노동자 없음’으로 마찬가지다.

제주도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써서 아예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유령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니 당사자인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정규직 전환대상인지 아닌지조차 모른 채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해버렸다.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제주도의 정규직 전환실적은 20%대로 떨어질 정도로 처참하다. 좋은 일자리 1만개 공약을 내건 원희룡 도정의 허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디 그뿐이랴? 
정부는 정규직전환이 되면 연봉이 올라가서 처우도 개선된다고 했다. 원희룡 도정 역시 그렇게 언론에 떠들어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비지원사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전환자의 처우는 전환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보수지침도 다른 정규직들과 다른 별도의 보수지침을 적용받는다. 복지포인트도 차별을 받고 있다. 심지어 밥값조차도 못 받는 전환자들이 있다. 당연히 생활임금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생활임금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전환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던 말이 떠오른다. 
잔치를 기대했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판을 벌인 문재인 정부도, 원희룡 도정도 아무도 먹을 것이 없는 잔치에 대해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이럴바엔 차라리 잔치판을 걷어치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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