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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된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濟州 奉蓋洞 왕벚나무 自生地). <사진출처-문화재청>
국립수목원 연구팀, 자생 왕벚나무 유전자 완전 해독...양국 나무 “유전자 다른 별개의 종”
 
1908년 제주 첫 자생 왕벚나무 발견 이후 110년간 이어진 일본과의 원조 논란이 의미없는 경쟁이었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명지대와 가천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세계 최초로 야생 목본 식물인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전체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9월호에 실렸다. 제목은 ‘유전체로부터 확인한 야생 벚나무류의 잡종화를 통한 왕벚나무의 형성’이다.
 
연구진은 왕벚나무 전체 유전자 4만1294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왕벚나무를 모계(母系)인 올벚나무와 부계(父系)인 벚나무(또는 산벚나무) 사이에서 자란 1세대 잡종으로 판단했다.
 
원조를 주장하는 일본 왕벚나무와 비교한 결과 유전적 차이가 뚜렷했다. 일본의 경우 모계인 올벚나무와 부계인 오오시마 벚나무 사이에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잡종이었다.
 
제주도와 일본은 그동안 왕벚나무를 두고 서로 원조라고 주장했지만 두 나무의 종(種)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제주에서는 1908년 4월12일 프랑스인 다케 신부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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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사면에서 265년생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발견됐다. 최고령 나무는 높이 15.5m, 밑동 둘레 4m49cm다. 빨간 원이 사람이다. <사진출처-국립산림과학원>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은 자국의 왕벚나무를 제주로 가져와 번식을 시켰다. 
 
현재 가로수 심어진 대다수의 나무가 바로 일본산 왕벚나무다. 전농로는 1982년, 제주대 진입로는 1983년, 연삼로는 1993년에 각각 일본산 왕벚나무가 심어졌다.
 
제주에서 왕벚나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실제 정부는 1964년 제주시 봉개동에서 발견된 왕벚나무를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2016년 5월에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남동쪽에서 수령 265년의 왕벚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천연기념물 제159호의 수령 200년을 훌쩍 넘는 역대 최고령 왕벚나무다.
 
이번 연구 결과로 일본과의 왕벚나무 원조 논란은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다. 다만 일본과 차별화된 별개의 종으로 확인된 만큼 종 보존에 대한 책임은 더 명확해 졌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왕벚나무 보존을 위해 1990년대부터 노령목을 토대로 대량 증식기술을 개발했다. 2001년부터는 서귀포시 상효동 9.5ha에 보존원을 조성했다.
 
2015년부터는 남원읍 한남리 10ha에 보급원을 조성하고 왕벚나무 3253본을 심었다. 이어 관음사의 한 토종 왕벚나무를 가로수 어머목으로 낙점하고 가로수 후계목도 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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