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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 감던 추억을 회상하는 망향의 산물

고병련 news@jejusori.net 2018년 09월 14일 금요일 09:27   0면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64) 애월리 한담산책로 산물

큰 담으로 이룬 지경이라는 뜻으로 유추되는 한담(漢潭)동은 애월리 서쪽 동네다. 마을 앞에 ‘한대코지’라는 코지가 있어서 ‘한담’이라 불렀다고 한다. 코지는 육지부의 곶으로, 땅이 바다로 길게 내민 부분을 뜻하는 제주어다. 일설에는 마을을 지나던 제주목사가 잠시 쉬다가 파도가 없는 맑은 바다를 보고 ‘한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마을은 20여 가호의 조그만 어촌 마을로 파도가 잔잔하고 바닷물이 맑아 한담(漢潭)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1980년대 제주도에 개발 바람이 불던 시절부터 별장지로 각광받으면서 별장들이 마을을 채워, 이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 고향을 잃은 마을이 되었다. 그래서 고향을 등진 마을사람들은 고향을 잊을 수 없어 포구 언덕에 망향비를 세워 놓았다.

1. 한담 망향비.JPG
▲ 한담 망향비.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애향동산 망향비에는 "하루 종일 용드랑물에서 멱 감던 추억들이여"라고 고향을 그린다. 용드랑물(한담물)은 멸치그물막(접막)인 초가집을 막 지나 갯갓질(갯가길)인 2001년에 만든 해안산책로(장한철 산책로) 입구에서 60m 지점에 자리한다. 이 산물은 마을의 귀한 식수였으며, 여자 전용의 물로 쌍형의 물통을 가진다. 지금은 산물 터는 사라지고 물팡 일부가 시멘트로 덧칠한 채 남아 있다. 용드랑물의 뜻은 확실하지 않으나 용이 쉬어가기 위해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아서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산물 이름 그대로 용이 있는 물이기에 물맛이 좋고 사시사철 일정하게 용출된다고 알려진다. 가뭄 시에도 물이 줄어드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 산물은 주위의 암석을 최대로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원형의 물통을 만든 작지만 넉넉한 식수통과, 식수통에서 흘러내린 물로 빨래를 했던 팡돌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산물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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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갓질(장한철 산책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3. 용드랑물.JPG
▲ 용드랑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4. 용드랑물 물팡 일부.JPG
▲ 용드랑물 물팡 일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책로 입구에서 400m 거리 엉(언덕의 재주어) 바위틈 구멍에서 나온다고 하여 고망물이란 산물이 있다. 주로 목욕을 했던 남자 전용의 물로 바닷길을 조성하면서 옹벽을 쌓고 제주 돌을 붙여 새롭게 만들었다.

6. 고망물.JPG
▲ 고망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7. 고망물 내부 모습.JPG
▲ 고망물 내부 모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금 한담 바닷가는 탐방객들로 가득하고 매일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산물에는 안내나 표시조차 전혀 없어 산책길을 찾는 사람들은 바닷가에 시원한 산물이 나오는지 조차 모른 채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산물 체험의 기회도 가능할 텐데 말이다.

# 고병련(高柄鍊)

▲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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