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블록생산업체 막무가내 공사, 제주시는 방관"  

제주 개발의 밀집도가 더해 갈수록 환경 갈등이 빈번해지고 갈등의 양상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준에 맞게 개발 밀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개발 위주의 정책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 제주의 현실입니다. 또한, 그나마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환경영향평가는 오히려 문제있는 개발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최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발생한 개발사업자와 이웃 주민간 갈등을 보면 우리 제주의 개발 행정이 어떤 수준인지 매우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사업은 S기업이라는 블럭을 만드는 업체가 사업 확장을 위해, 야적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사업면적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심의를 거치지 않고, 소규모환경평가라는 약식 서면심의를 받았습니다. 사업자는 환경영향을 검토한 위원들이 서면으로 제출한 협의 내용을 수용하였고,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허가권자는 마땅히 협의내용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중지 명령과 더불어 재차 불이행 시 사업허가 취소를 내려야 합니다. 제주도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개발사업들은 환경영향평가사후관리단의 정기적인 관리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들은 행정시에서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관리감독 인력의 부족 등의 이유로 협의내용을 이행하는지 확인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개발사업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제출하고, 명백히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도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가 된 S기업은 사업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공장에서 발생한 먼지와 소음으로 그간 주변 농가와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어 왔습니다. 운영 과정에서 주변 농가와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피해 상황을 묻고 배상하고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S기업은 그러한 노력은 커녕 마을 행사에 후원하는 것으로 마을에서 제기하는 민원을 막아 왔습니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대상사업은 반드시 이웃 주민과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나,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이러한 과정도 없어서 행정시에서 허가 이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웃 주민의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고 행정은 허가만 내어주고 관리를 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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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기업 전경. 제공=홍영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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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농가 비닐하우스 위 모래. S기업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제공=홍영철. ⓒ제주의소리

S기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보면 공장 소음과 돌을 깨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방음 판넬을 설치해야 합니다. 또 공사차량 출입 시, 바퀴에 묻은 흙을 세척하는 세륜장치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시설 없이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합니다. 

이러한 경우 마땅히 행정시는 공사를 중단시키고, 협의 내용을 준수하도록 하고 주변 주민들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합당합니다. 제주시에 현재 상황을 몇 차례 지적했음에도 부서끼리 핑퐁게임만 하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으로서 현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평가하도록 해서, 중요한 환경적 요소를 간과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S기업이 공사하는 현장은 사업장 경계에 바로 지하수와 이어지는 통로인 숨골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골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평가위원들은 매우 일반적인 내용만 사업자에게 이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시멘트와 모래를 항상 취급하는 공장은 언제든지 숨골을 통하여 지하에 오염물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에 대한 허가 자체가 매우 하자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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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기업 경계에 위치한 숨골. 제공=홍영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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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성토가 가득한 공사장 상황. 제공=홍영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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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철 대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어떤 제도든 맹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맹점은 행정의 적극성을 발휘하여 보완해야 합니다. 현재처럼 민원이 제기되어도 방관하는 행정은 더 많은 개발사업의 불법행위를 불러오는 원인이 됩니다. 법치가 되려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가 따라야 함을 제주시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대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금과는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제주는 이런 노력들이 모일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 홍영철 (사)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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