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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규제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만들자거나,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 운영해야 한다는 원희룡 도정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도민사회의 이해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도정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 이미지 그래픽 = 문준영 기자

[기획- 제주 블록체인 논란]①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일까? 가장 우아한 사기일까? 

바야흐로 ‘블록체인’이 뜨거운 화두다. 제주에서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온통 ‘블록체인 어쩌고저쩌고’ 하는 포럼과 컨퍼런스, 세미나들이 우후죽순 열리고 있다. 제주를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만들어야 하느니,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한다. 인터넷 등장 이래 가장 큰 혁명이 ‘블록체인’이라고들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주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걸 끌고갈 동력이다. 도민사회의 공감대가 우선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추석명절 기획으로 도민사회에 불쑥 던져진 블록체인 논란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

① 불쑥 찾아온 블록체인 바람…블록체인이 뭐야?  
② 도민소통 빠진 하향식 제주 블록체인특구 추진
③ 제주블록체인 허브도시, 블록체인 특구 실익 뭐? 

느닷없는 블록체인(Blockchain) 전성시대다. 특히 요즘 제주가 그렇다. 

블록체인을 두고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거대한 신기술”이라고 예찬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인류가 낳은 가장 우아한 사기”라고 단칼에 폄훼한다. 

그러나 이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면 블록체인 기술에는 혁명적 가능성과 전혀 새로운 위험성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는 의미가 읽힌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 될지, 새로운 범죄 기술일지는 인간의 몫이라는 말이다.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인류가 블록체인이라는 ‘검’을 어떻게 휘두르냐에 달려 있다. 마치 소가 마신 물은 젖이 되고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되는 이치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니 비트코인(Bitcoin)이니 하는 말들은 생소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무슨 관계이기에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닐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온라인 장부같은 것으로, 비트코인을 떠받치고 있는 근간 기술이다. 현존하는 수많은 정보 시스템은 금융기관에서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처럼 중앙에 서버를 두는 이른바 ‘중앙집권적’ 관리구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는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형식의 ‘분산장부’ 구조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매우 다른 구조다.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거래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공개한다. 

모든 거래 데이터를 체인처럼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함으로써 서로서로 감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다수가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데이터의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연결된 무수한 사람들로부터 재생이 가능하므로 데이터가 소실되지 않는 구조다. 

바로 이처럼 중앙집권적 관리구조가 아니라 관리자가 없어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 운영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뭘까. 비트코인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다.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고도 부른다. 지난 2009년에 운용이 시작돼 이제 불과 10년이 채 안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흔히 비트코인을 “인터넷 접속만으로 세상을 바꿀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별도의 관리자 없이 개인이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디지털 재산을 안전하게 넘겨주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간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응용한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기술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 때문이다. 인터넷의 출현이 3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면 블록체인의 등장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블록체인도 해킹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30년 전에 시작된 기술로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최근 제주에서 열렸던 개발자 중심의 세계 최초 블록체인 컨퍼런스인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Upbit Developer Conference 2018)’ 오프닝 기조연설을 맡은 두나무 설립자 겸 개발자 송치형 의장(서울대 공대 졸업)은 블록체인 분야의 무한한 개발 가능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서부개척 시대를 예로 들며 “처음 자동차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이유는 달릴 수 있는 포장된 도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하루 빨리 선보여야 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블록체인의 다양한 한계점은 공학에서 말하는 NP난해와 같은 문제가 아닌, 얼마든지 해결가능한 문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적으로 인터넷 도입 이후 대한민국에게는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산업 시대 이후 글로벌 차원에서 처음으로 같은 출발선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인프라가 집중되고 있는 지금이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골든타임이다”라며 블록체인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최근 제주도개발공사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제주아카데미에서 ‘블록체인’을 주제 강연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하되, 블록체인이 갖는 기술과 산업화 가능성은 높게 샀다. 

김 교수는 “제주를 블록체인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 구체적으로 아직은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할 것이냐 풀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다면 규제를 푸는 것에만 접근하면 안되고 블록체인을 명확히 사업화 할 수 있는 기준점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규제부터 풀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제한된 자원, 편중된 산업구조, 섬이 갖는 많은 제약, 제주가 갖는 이런 한계들을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갈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사회에서는 뛰어넘을 수 있을까. 

원희룡 도정이 주창하는 ‘규제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허브도시’가 무엇인지 도민들은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도민들이 늦은 것인지, 도정이 빠른 것인지, 속도의 엇박자는 확실히 있다. 분명한 것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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