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 블록체인 논란] ③ 긍정과 부정 상존...도민 이익 무엇인지 설득 우선

바야흐로 ‘블록체인’이 뜨거운 화두다. 제주에서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온통 ‘블록체인 어쩌고저쩌고’ 하는 포럼과 컨퍼런스, 세미나들이 우후죽순 열리고 있다. 제주를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만들어야 하느니,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한다. 인터넷 등장 이래 가장 큰 혁명이 ‘블록체인’이라고들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주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걸 끌고갈 동력이다. 도민사회의 공감대가 우선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추석명절 기획으로 도민사회에 불쑥 던져진 블록체인 논란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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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0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와대에서 열린 '민선 7기 시도지사간담회'에서 "제주도를 국내 블록체인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 고리로 활용해 달라"며 "제주를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이 이뤄지는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블록체인 관련 공약을 내세울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블록체인이었지만 대통령에게 발언하는 불과 3분도 안되는 시간에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건의하면서 제주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후 원희룡 지사는 블록체인 얘기를 틈만 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꺼내면서 이슈를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사실 원희룡 지사 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몇몇 자치단체장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9월14일 중고차 이력을 블록체인화해 위변조를 방지하는 중고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과 투표자의 투표내역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진행하는 엠보팅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 용역을 맡겼다.

제주보다 한발 앞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는 2000억원 규모의 제주 4차산업혁명 펀드도 조성하고 암호화폐 제주코인을 발행해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원 지사가 내세우는 '블록체인 허브도시'에서 말하는 소위 블록체인 특구는 무엇일까?

원 지사는 지난 11일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10주년 특별강연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에 핵심기술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블록체인은 핵심기술 중 하나"라며 "블록체인은 미래의 새로운 인터넷 시장을 만들어내 2030년에는 3000조 시장으로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급성장하는 블록체인산업은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우리나라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기회를 살리는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허브도시 제주를 구축하기 위해 △국제수준의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제정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의 기업활동 보장 △국제자유도시 모델, 지역혁신성장특구 제도와 연계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담기구 신설 등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제주를 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형 특구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샌드박스라고 부른다.

제주에 선도적 블록체인 도입 프로젝트로 부동산 거래 플랫폼, 부가세 환급, 제주산 농축수산물 품질관리, 교통 정산 시스템, 에너지 P2P거래, 공문서 유통 등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흑돼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블록체인에 등록해 이력을 관리하면 진짜 흑돼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때 여러차례 추진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부가세 환급'도 블록체인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제주 블록체인 특구는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블록체인 특구가 지정되면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혜택이 주어지느냐다.

그동안 무수하게 추진됐던 여러 특구와 시범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시범으로 끝나고 말았다. 

10여년 이상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제자유도시나 특별자치도로 인해 제주도민의 직접적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은 크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지사가 '북치고 장구치듯' 나홀로 블록체인 특구,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추진하는 데 대해 탐탁치 않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제주도가 그동안 지식산업 관련해서 여러 특구나 시범실시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그 이유는 생태계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투자부터 기술, 활용, 글로벌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블록체인은 시작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이 크다"며 "제주에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국장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든다고 해서 IT기업만 사는 게 아니라 법률, 회계, 금융 등 주변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주게 돼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며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가 된다면 관련 마이스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강철준 제주국제대 핀테크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특구가 제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다"며 "도지사 혼자만 앞장설 것이 아니라 도민 공론화와 인재양성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교수는 "블록체인 특구 선점을 위해 도지사가 열심히 앞장서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도민을 직접 설득하고, 공론화 작업이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정적인 면을 해소하기 위해 전담기구나 센터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아울러 블록체인에 대비한 인재, 인력양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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