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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풍류회-두모악(대표 김경아)은 10월 2일 오후 3시부터 제주목 관아에서 제주양노 재현공연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풍류회-두모악, 2일 제주양노 재현공연...“수준 높은 연주, 의례 재현 완성도는 아쉽”

조선시대 제주에서 행해진 '노인 공경' 행사를 316년 만에 재현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풍류회-두모악(대표 김경아)은 10월 2일 오후 3시부터 제주목 관아에서 제주양노 재현 공연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이형상(1653∼1733) 제주목사가 만든 화집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 속 ‘제주양노’를 재현하는 공연이다. 제목은 <제주목사 이형상, 왕명을 받들다-노인공경과 존경은 나라의 근본>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탐라순력도 정보를 제공하는 제주시는 제주양노(濟州養老)에 대해 "1702년(숙종 28) 11월 19일 제주목에서 이형상 목사가 동헌 앞에서 양로연을 실시하는 광경"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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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순력도 제주양노. 출처=KOCCA

"노인을 공경하며 어진 이를 존경하는 것은 조선왕조를 다스리는 근본이었다. 제주도는 중앙 파견 어사가 양로잔치를 베풀었다. 이형상 제주목사에 이르러는 정기적으로 본·가을로 나누어 양로잔치를 열었다"고 취지를 덧붙인다.

문헌에 따르면 제주양노에는 동헌 뜰을 중심으로 망경루, 마방, 귤림당, 애매헌, 동헌의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형상 목사는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제주목의 80세 이상 183인, 90세 이상 23인, 100세 이상 3인의 남녀 노인은 남쪽을 향한다.

제주풍류회-두모악은 대구 향제줄풍류 보존회와 함께 컨소시엄 사업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기악, 정재무 출연진들은 전·현직 국립국악원 출신 등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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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목 관아에서 열린 제주풍류회-두모악의 제주양노 재현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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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목 관아에서 열린 제주풍류회-두모악의 제주양노 재현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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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된 공연 순서(한 작)가 끝날 때마다 노인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옛 방식을 재현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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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풍류회-두모악의 제주양노 재현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행사는 내빈소개, 의례시작(만파정식지곡), 1작(정재 헌선도·기악 경풍년), 2작(정재 아박무), 3작(정재 춘앵전·기악 생소병주-수룡음), 4작(정재 검무·기악 천년만세), 5작(정재 포구락·기악 군악) 순으로 진행됐다. 

한 작이 끝날 때마다 제주목사 역할을 맡은 신구범 전 지사를 비롯해 제작진들은 단상 위에 앉은 노인들에게 차(茶)를 선사했다.

참가자들은 옛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소리와 몸동작에 큰 박수를 보냈다. 연동에 사는 현계성(74) 씨는 “노인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전통 문화에 관심 있는 노인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워낙 다채로운 볼거리·즐길 거리에 익숙해졌다.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행사가 한낮에 열렸음에도 햇빛을 가려줄 가림막이 노인들이 모인 단상에는 설치되지 않아, 배려가 부족했다는 인식을 줬다. 또 “연주자, 무용가들의 높은 수준과 달리, 무대 구성 등 당시 제주 문화를 반영한 디테일한 의례 재현에 있어서는 완성도가 아쉽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왔다.

김경아 대표는 인사말에서 “300년 동안 자취를 감춰버린 품격 있는 풍류 가락을 우렁차게 울려 퍼지게 하려 한다”면서 “미흡한 점이 많은 첫 잔치이지만, 매해 거듭하면서 다듬고 채워나가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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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모습을 신기한 듯 카메라에 담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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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위 노인들이 쏟아지는 햇빛에 모자를 쓰고, 부채질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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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 가림막이 공연 무대에만 설치돼 있고, 노인 단상에는 설치되지 않은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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