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영리병원 공론조사 '반대 58.9%-찬성 38.9%…명분 거머쥔 元의 ‘신의 한수’(?)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 여부와 관련해 공론조사를 벌였던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도지사에게 ‘불허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전임 박근혜정부가 승인한 사업에 대해 국정기조가 바뀐 정부에서 최종 허가여부를 판단해야하는 사면초가 입장이던 원희룡 지사로서는 ‘불허’ 명분을 쥐고 탈출구를 찾게 됐다.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는 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설 불허’를 제주도지사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론조사는 총 3차례로 진행됐다. 제주도민 30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화면접조사에서는 ‘찬성 20.5%-반대 39.5%-유보 40.1%’였다. 1차 숙의토론 후 실시된 배심원단 조사에서는 ‘찬성 27.7%-반대 56.5%-유보 15.8%’, 2차 숙의토론후 진행된 3차 조사에서는 ‘찬성 38.9%-반대 58.9%-유보 2.2%’로 나타났다.

사실 이 같은 최종 결과는 도내 언론사들이 실시한 도민여론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제주MBC가 지난달 21일 추설명절을 앞두고 실시한 녹지국제병원 개설과 관련한 여론조사에는 ‘반대’ 56%, ‘찬성’ 33.6%로 반대가 찬성보다 20%p 넘는 격차를 보였다.

제주일보가 창간 73주년 특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도 ‘찬성 31% vs 반대 59%’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영리병원 문제는 제주사회에서 10년간 지속되어온 논란거리였다.

제주에서 영리병원이 추진된 건 지난 2008년 김태환 도정 때부터였다. 국내 영리병원을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히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찬성 38.2%- 반대 39.9%’로  포기해야 했다.

김태환 도정은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만 바꿔 다시 추진했지만 이후 들어선 우근민 도정은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했다.

제주에서 ‘영리병원 실험’은 중단된 듯 보였지만, 박근혜정부 보건복지부가 2015년 6월 중국 녹지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영리병원 불씨가 되살아았다.

그렇지만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원희룡 도정이 사면초가에 빠지는 신세가 됐다.

전임 정부에서 승인이 난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불허’할 경우에 맞게될 후폭풍을 염려했던 것. 제주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숙의형 공론조사’가 원 지사에게는 위기탈출의 생명선과도 같았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의 ‘숙의형 공론조사’를 받아들이면서 정책결정의 순간을 선거 뒤로 늦추는데 성공한 데 이어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불허’ 명분까지 거머쥐게 됐다. 덤으로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문재인정부 눈 밖에 나지 않게 됐다.

이래저래 원 지사의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을 받아든 원희룡 지사. 도민사회의 압도적 반대여론에 문재인 정부의 ‘영리병원 반대’ 국정기조까지 거스르면서 ‘허가’를 내 줄지 도민사회뿐 아니라 전국의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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