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71) 우엉이 장에 좋은 이유

장내세균의 먹이가 되는 것은 우선 섬유소다. 식품 속의 섬유소에는 수용성과 불용성이 있다. 수용성의 섬유소는 장내세균이 아주 좋아 하는 것이다. 한편 불용성은 장내의 찌꺼기를 붙잡아 매어서 대변의 부피를 크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의 건강을 위해서는 수용, 불용성 섬유소 모두가 필요하다.

이 양쪽의 섬유소를 균형 있게 포함한 채소가 ‘우엉’이다. 한국인의 경우, 섬유소의 섭취 권장량은 18세 이상 성인이 19g이상, 여성이 17g이상이다. 우엉 한 개(약 200g)에는 약 10g의 섬유소가 함유돼 있는데, 수용성과 불용성의 비율이 2대 3이다. 만약 한 끼에 우엉 반 개를 먹는다면, 하루에 필요한 섬유소량의 4분의 1이상을 섭취하는 셈이다.

또한 우엉의 좋은 점은 강력한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엉을 자르면 자른 면이 검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식초에 담궈서 위에 뜬 것을 걷어내고 조리를 한다. 위에 뜬 물질의 성분이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라는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 식물성 화학물질)인데, 이 성분을 전부 걷어내버리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 성분을 많이 섭취하려면 우엉을 식초물에 오래 담그지 않는 것이 좋겠다.

클로로겐산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체내에서 발암성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하지 못하게 하며,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효과도 있다.

우엉은 탄수화물도 함유하고 있는데, 이 탄수화물은 ‘이눌린(inulin)’이란 것으로 사람에게는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 그러므로 먹어도 흡수되지 않고 거의 전부가 몸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다른 탄수화물과 같이 당화(糖化, 당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우엉이 맛있는 계절은 가을부터 겨울까지다. 이 시기에 장내세균을 위해서, 또 젊음을 간직하기 위해서 우엉을 많이 식단에 올리는 것이 좋겠다. 

윤창훈 명예교수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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