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부터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해군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이사장 강우일 주교)가 관함식 행사를 비판했다.

평화센터는 8일 성명서를 내고 "더 이상 제주도를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제주가 지난 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된 평화의 섬이 되려면, 군사력이 제주도를 지배해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평화센터는 "작은 농어촌 마을인 강정마을에서 시작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과 고통은 11년째 지속돼 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 사이에 생겨난 깊은 갈등의 골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공동체파괴, 환경파괴 그리고 인권파괴로 인한 상처 또한 깊게 남아있다"며 "고통의 신음과 함께 참된 평화를 위한 외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지만, 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와 해군은 국제관함식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지원을 약속했지만,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센터는 "제주 4.3 70주년인 올해,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국이 핵 항공모함을 가지고 70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은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전 세계 해군 군사력 과시의 장인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은 남북 정상이 선언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센터는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탄압해서는 안된다. 평화는 살아 움직여야 하고, 누구나 꿈꾸며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주도에 국제관함식이 개최되는 상황 속에서 제주도가 참된 평화로 가는 길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해달라"고 도민사회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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