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jpg
▲ 최근 제주도내 일부 음식점에서 소주 가격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하는 곳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서민 주류를 대표하는 소주값 마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얇게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기국수도 ‘8천원’ 웬만한 밥값 보다 비싸…외식비 등 서민 물가안정 대책 시급  

제주 이도동의 한 식당. 최근 메뉴판의 소주 값 앞자리 숫자를 4에서 5자로 바꿔 달았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4000원 하던 소주 값이 5000원으로 성큼 올랐다.   

제주 연동의 어느 국수집. 제주 서민 밥상을 대표하는 고기국수 가격도 이미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슬그머니 오른 지 오래다. 

제주지역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지갑을 더욱 얇게 하고 있다. 퇴근길 소주한잔도 부담스러워진다는 샐러리맨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소장 홍성희)가 지난 7일 발표한 ‘9월 제주특별자치도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4(2015년=100)로 전월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1.7%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5월 1.8%에 이어 가장 높은 것으로, 생활물가지수도 전월대비 1.5%, 전년동월대비 1.2% 각각 상승했다.

특히 토마토(77.5%), 상추(66.2%), 호박(56.5%), 오이(50.6%), 사과(44.2%) 등 채소·과일과 같은 생활물가 품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같은 물가 인상과 맞물려 식당 메뉴판 가격표도 고쳐 다느라 여기저기 누더기가 되고 있다. 

제주도내 주류 제조업체와 주류도매업체의 출고가·공급가는 2015년 12월 이후 오른 적이 없지만 물가인상 추세에 따라 최근 음식점 소주 값이 5000원으로 오른 곳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직장인 김 모(38) 씨는 “평소처럼 지인들과 소주를 몇 병 나눠 마셨지만 영수증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퇴근 후 지인들과 소주 한잔씩 하는 것이 샐러리맨들의 소소한 즐거움인데 언제부턴가 소주 값마저 5000원씩 하고 있어 은근히 부담 된다”면서 “고기국수 한 그릇도 웬만한 밥값 이상이어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면서 먹어야 할 판”이라고 씁쓸해했다. 

이 때문에 도내 제주도청·시청 인근의 직장인들이 많은 편의점에서는 점심시간에 인스턴트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풍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인 또다른 김 모(41, 연동)씨도 “술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안주 값도 오르고 그러다보니 안 오르는 건 오직 월급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러다간 소주도 와인 전문 레스토랑처럼 테이블 차지(charge)를 내고 마셔야 하는 식당도 곧 생길 판”이라고 혀를 찼다.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최 모(노형동, 45)씨는 “각종 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음식점 일부에서도 소주 값이나 안주 값을 올리는 경향이 늘고 있다”면서 “우리는 4000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제주시내 노형과 연동 등에서는 이자카야(居酒屋, 일본식 선술집)를 중심으로 소주 값을 5000원으로 올려 받는 곳이 꽤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81016_195937972.jpg
▲ 도내 한 음식점에 내걸린 가격표. 이곳에서도 소주와 맥주 각 병 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A씨는 최근 음식점에서의 소주 값 인상 현상은 주류 제조사나 도매상의 출고가·공급가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주류 도매상에서 음식점으로 납품하는 소주 가격은 병당 1400원에서 1500원 사이가 일반적”이라며 “경제 여건이 이전보다 나빠지고 여기에 각종 세금과 경비,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영업마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자연스럽게 소주 값이나 음식 값을 인상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소주나 고기국수 같은 서민 메뉴들까지 한 곳에서 올리면 우르르 따라 올리는 '도미노 인상'이 우려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외식비 등 행정당국의 물가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