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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호형, 양영식, 이경용 도의원. 제공=제주도의회. ⓒ제주의소리

[행감] 제주도의회 문광위, 환해장성·잣성·무형문화재 등 관리 소홀 지적

환해장성, 잣성, 무형문화재 등 제주의 유·무형 문화유산 관리 실태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18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호형 의원(일도2동 갑,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펜션 업자에 의해 훼손된 북촌리 환해장성이 뒤늦게 발견된 사건을 예로 들며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분발을 촉구했다.

환해장성은 고려 원종 11년(1276), 삼별초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 조정이 영암부사 김수(金須)와 장군 고여림(高汝霖)을 파견해 쌓은 것이다. 제주시 20곳, 서귀포시 8곳이 있으며 10곳(제주시 8, 서귀포시 2)이 지정문화재이며 나머지는 비지정문화재로 남아있다.

박 의원은 “비지정 환해장성인 경우 카페 대문으로 사용되거나, 해안가의 펜션에 의해 훼손, 양식장 쓰레기 야적 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4년과 지난해 2개년에 걸쳐 환해장성 정비 활용계획 용역이 실시됐으나, 후속조치가 전혀 없다. 지정문화재의 안내판까지 없어 환해장성에 대한 역사정보를 알 수 없다”고 총체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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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지역 환해장성 현황. 제공=제주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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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지역 환해장성 현황. 제공=제주도의회.

▲ 훼손된 일과리 환해장성 모습. 제공=제주도의회.
박 의원은 “환해장성 관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역사문화재돌봄사업이 재단 비정규직들을 중심으로 1년에 4~5회 정도 순찰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마을 단위, 지역 단위로 분담 관리체제로 가야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양영식 의원(연동 갑, 더불어민주당)은 잣성 실태조사 용역이 사실상 엉터리로 제작됐다고 지적했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도내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잣성은 위치에 따라 중산간 해발 150m~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m~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m~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된다.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중잣성은 하잣성과 상잣성 사이에 돌담을 쌓아 만들었다. 잣성은 단일 유물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긴 선형(線形)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양 의원은 “올해 여름 논란이 된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잣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2016년에 진행된 잣성유적 실태조사를 보면 잣성 1소장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조사가 누락됐다. 용역 자체도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2016년 동부지역 잣성실태조사는 도내 제주목축문화를 알고 있는 기관이 용역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육지부의 도시계획전공자들이 모인 기관에서 진행했다. 보고서 역시 현장을 직접 다녀온 사진이 아니라 과거 잣성 관련 서적의 사진을 도용, 사진에 표시된 지번은 없는 지번, 똑같은 사진 두 개가 다른 지번으로 표시했다”면서 “제주도 문화재위원회는 엄격히 용역 결과를 심의해야만 하는데도 보고로 그치는 등 사후처리도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이경용 위원장(서홍·대륜동, 무소속)은 "엉터리를 넘어 허위 용역이다. 용역비를 환수할 방법을 찾고 감사위원회 감사뿐만 아니라 형사 고발 조치하라"고 세계유산본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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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작성된 '잣성유적실태조사보고서-동부지역'에서 사진이 도용된 부분. 제공=제주도의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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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작성된 '잣성유적실태조사보고서-동부지역'에서 주소가 잘못 표기된 부분. 제공=제주도의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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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작성된 '잣성유적실태조사보고서-동부지역'에서 주소가 잘못 표기된 부분. 제공=제주도의회. ⓒ제주의소리

이경용 위원장은 제주도 무형문화재가 보유자 없이 전승되는 등 문제가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무형문화재 관리 절차는 전수장학생에서 시작해, 조교를 지나 보유자(명예보유자)에 오른다. 전수장학생은 5년 이상, 조교는 다시 5년 이상 시간을 투입해 무형 문화를 습득해야 한다. 

제주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총 21종목이다. 이 가운데 개인 보유자가 있는 경우는 7개, 단체는 4개, 명예보유자·보유자·전승자가 있는 건 2개이다. 나머지 4개(오메기술, 고소리술, 덕수리불미공예, 고분양태)는 명예보유자만 있고, 4개(영감놀이, 멸치후리는노래, 제주큰굿, 제주농요)는 명예보유자와 보유자 모두 없는 상태다.

제주농요 보유자 이명숙 씨는 2007년 5월, 멸치후리는 노래 보유자 김명성씨는 2009년 10월, 영감놀이와 제주큰굿 보유자 이중춘 씨는 2011년 5월 사망했다.

이 위원장은 “명예보유자만 있는 4개 종목도 고령이거나 병원에 있어 명예보유자가 그 기능을 상실해 전승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실태조사는 매년 하지만, 실태조사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세금인 전승금을 수년간 지원해 양성된 조교가 사직해도 실태조사, 원인조사 없이 바로 해지처리 되는 등 사실상 제주도가 무형문화재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사무업무 조정 등을 통해 전승체계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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