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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농아복지관(관장 문성은)은 11월 12일 ‘2018 수어연구 세미나-한국수어의 지역차 및 수어변이’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농아복지관, 12일 수여연구 세미나 개최...“제주 고유 수어 형태.특성 분석해야”

수어사전에는 없지만 제주 청각장애인들이 일상 속에서 사용해온 ‘제주 수어’를 정리한 세미나가 열렸다. 보말, 전복, 한라봉 등 다양한 사전 미기재 단어들이 확인되면서, 수어 수집·보존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제주 수어는 제주도농아복지관(관장 문성은)이 12일 개최한 ‘2018 수어연구 세미나-한국수어의 지역차 및 수어변이’에서 발표됐다. 김혜란 제주도농아복지관 사무국장(수어연구센터 팀장)은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도내 청각장애인 86명을 대상으로 수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청각언어 1급 53명, 2급 24명, 청각지체 2급 6명, 청각 5급 3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조사할 단어 100개를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타 지역에서 사용하는 수어가 있고, 제주에서는 다른 수어형태로 사용하는지 수집할 단어(58개) ▲타 지역에서 사용하는 수어가 없거나 보편적 사용이 드문 단어 중 제주에서는 사용하는 수어가 있는지 수집할 단어(42개)다. 한국 전체로 사용하는 단어, 제주 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나눌 수 있다. 

후자에는 한라산, 고사리, 성게, 소라, 보말, 전복, 옥돔, 백록담, 애기구덕, 정낭, 올레, 성산일출봉, 가파도, 한라봉 등이 포함됐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특징으로 ▲해산물을 지칭하는 독특한 수어 표현(시각적으로 사물 특성 표현) ▲제주 전통생활 양식에 따른 수어 표현 ▲일상생활형 수어 표현 ▲제주도와 부속 섬에 대한 수어 표현(섬의 크기와 거리) 등으로 구분했다. 

김 사무국장은 “표준수어사전에 수록돼 있지도 않은 ‘한라봉’ 수형은 독특하고 재미있게 나타난다. ‘오이’는 표준수어사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에 그 어원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특징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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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혜란 제주도농아복지관 사무국장. ⓒ제주의소리
김 사무국장은 “표준수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단어들은 제주도의 생활 환경에 따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수형으로 표현됐다. 비수지 신호(얼굴 표정, 몸짓 등)가 가미된 수형으로 의미 전달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조사한 단어 100개 가운데 45개는 표준수어사전에 수록돼 있지 않았으며, 12개는 사전 속 수형과 다르게 표현됐다. 제주 여건에 맞는 고유한 수어가 생성된 셈이다. 

김 사무국장은 “예로부터 바다와 일상생활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으며 청각장애인들 역시 생업을 어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다와 관련한 단어들이 수형으로 어떻게든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이, 파, 시금치, 고사리, 메밀 등 땅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한 수어표현 역시 독특하게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향후 제주지역 수어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보다 다양하고 더 많은 수어 수집을 통해 제주지역의 고유 수어의 형태와 특성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투리 수어의 보존, 연구까지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제 발표자 윤병천 교수(나사렛대학교 수어통어교육학 전공)는 “앞으로 각 지역 청각장애인들이 연구에 참여해 살아 있는 지역 수어가 조사·연구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제주를 찾아 수어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해녀, 해남, 울릉도, 독도 수어는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정서를 잘 반영한 지역 수어이며, 어엿한 한국 수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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