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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행정시장 직선-권역 조정, 실현 가능성은? '1차관문' 도의회 동의안 처리부터 난제 

원희룡 제주지사가 1년 5개월 묵은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의 권고안을 전격 수용했으나, 권고안 대로 이행되기 까지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  

행개위의 권고안은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 등 3가지다. 

행개위는 민선 6기 시절인 지난해 6월29일 이 권고안을 원희룡 지사에게 제출했다.

당시 국회의원 및 도의회 등과 협의 끝에 헌법 개정 및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 발표를 지켜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결국 민선 6기에서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마감됐다.

하지만 정부의 개헌 추진은 올해 4월 무산됐고, 9월11일에는 자치분권 로드맵이 나왔으며, 10월30일엔 자치분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발표됐다. 추진 보류 사유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행개위 권고안에 대한 입장 정리를 원 지사에게 꾸준히 요구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강성균 의원(더불어민주당, 애월읍) 등이 원 지사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해 왔다.

민선 7기 도정 들어 4개월 동안 침묵을 지키던 원 지사가 돌연 행개위 권고안을 전면 수용, 12월 임시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공은 도의회로 넘어가게 됐다.

사실 행정시장 직선제는 민선 5기인 우근민 도정에서도 추진됐지만 도의회에서 부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우근민 도정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행개위가 2013년 7월29일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구역 3개로 재조정' 등을 권고함에 따라 도의회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제출했다. 

도의회에서는 상임위인 행자위에서 가부 결정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했고, 2013년 9월16일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또 그 전에 법 개정안을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제출할 때 도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단 원 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게 되면 의회 내부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의회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의원 개인별로는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제3의 창의적인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이번에도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행정체제개편은 또다시 동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의 동의를 얻고 나서도 첩첩산중이다. 

먼저 주민투표가 기다리고 있다. 

2005년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할 때도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와 행정시 권역 조정은 주민투표법상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법제도 개정 이전에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원 지사도 "행정시장 직선제와 행정시 권역 조정은 모두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주민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투표의 경우 찬반 또는 두가지 안 중 택일하는 방식으로만 실시할 수 있고, 투표 횟수와 시기 등은 의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주민투표는 자치단체장의 경우 직권으로 할 수 있지만, 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도의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 

주민투표는 공직선거법 13조에 따라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발의가 금지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시즌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자치단체장은 주민투표 청구요지를 공표하고 선관위에 통지하게 되고, 공표일 7일 이내에 투표일과 주민투표(안)을 공고.발의하게 된다.

주민투표 결과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수의 과반수 득표로 결정된다.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면 개표하지 않는다. 2009년 당시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투표 때도 3분의 1이 되지 않아 개표가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투표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제주특별법 개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제주도가 국무총리실 소속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제도개선 과제를 제출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원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다음 특별법 개정안을 확정하게 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정부는 입법예고(40일)→개정안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국회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시행된다.

물론 정부 심사든 국회 심의든 행정시장 직선제가 제주에 맞는,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주는 지방분권의 형태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도의회 동의, 주민투표, 정부 입법절차와 국회 통과까지 행정시장 직선제 및 행정 권역 조정 앞에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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