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 14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에서의 예멘난민 현황과 과제' 토론회. ⓒ제주의소리
제주 예멘난민 현황 토론회, "난민에 문 걸어잠근 한국 정부 '가짜뉴스'까지 방조"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무더기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은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사회와 국내 난민 반대세력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정부가 객관적인 판단을 뒤로한 채 마지못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인권과 복지사회를 위한 정책포럼은 14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지역에서의 예멘난민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난민의 현황과 현재 난민정책'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국제사회의 난제로 떠오른 난민 문제는 급격한 정치변동으로 국가의 기능이 중단돼 시민들에 대한 보호에 실패하며 벌어진 사태라고 전제했다. 

3.jpg
▲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김 대표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박해와 생명의 위협을 피해 국적국을 탈출해 다른 나라로 비자발적 이주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발생하게 된다"며 "국적국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국적국으로 돌아가면 위해를 당할 것이 두려워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을 난민으로 분류해야 한다. 박해는 인종, 종교, 국적 또는 민족,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의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예멘 난민신청자 유입에 대한 정책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주요 난민 신청 국가에 대해 국경을 통제하고 있다. 대량 난민 발생에 대응하는 유럽의 국경 폐쇄에 버금가는 조치"라며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주요 발생국은 무사증입국 허가 국가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6월 1일 예멘을, 8월 1일자로 방글라데시, 키르키스스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미얀마, 이집트, 감비아, 세네갈, 소말리아, 카메룬 등 12개국을 무사증입국 불허국가로 추가 지정했다. 9월 1일에는 이집트를 무사증입국 허가대상 국가에서 취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실상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신규 난민신청 가능 국가는 모두 무사증입국 불허돼 제주도는 8월 이후 난민신청자가 급감했다"며 난민 신청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은 제도적인 문제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인도적 체류허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인도적 체류지위란 난민협약 상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출신국에서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침해, 기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인도적체류자 수는 총 1491명으로, 국적별로 시리아 1120명, 중국 34명, 파키스탄 29명, 나이지리아 6명, 이집트 4명, 방글라데시 3명 등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법무부는 시리아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분쟁으로 발생한 경우 마지못해 난민 인정이 아닌 일괄적 인도적체류지위 부여로 일관하고 있다"며 "개인의 사유에 집중하지 않은 심사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인도적체류 지위를 받은 후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됐던 사람이 17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적 체류지위는 난민지위에 대해 보충적인 보호를 제공하고자 하는 제도로 인도적 체류의 지위에 있는 외국인에 대해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는 사정이 인정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난민인정자에 준하는 삶의 기반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jpg
▲ 14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에서의 예멘난민 현황과 과제' 토론회. ⓒ제주의소리
정부의 난민 심사 과정에 '정무적 판단'이 기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난민반대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다름에 대한 불편함은 본능이며 난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합리적 근거 없는 혐오로 전개된 주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혐오 주장에 교육과 제도를 보완하여 국가가 혐오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하나 난민이 잠재적 범죄자, 테러리스트라는 근거를 오히려 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난민과 이슬람 혐오를 정당화 시켜 줬다"며 "이러한 경향과 정부의 판단이 난민 심사에 까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봤다.

토론자로 나선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국가정책적으로 난민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난민정책기본계획과 같은 형태의 계획 수립이 범정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수세적이고, 단선적인 정책이반복될 수 밖에 없고, 실무부서가 아닌 각 부처간 조율이나 협조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난민신청자에 대한 처우 개선 전반의 검토는 물론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정착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제주 예멘 이슈를 통해 본 가짜뉴스와 혐오정치의 현주소'를 주제로 토론에 나서 "난민 혐오를 정부가 주도하거나 방관하는 맥락에서 가짜뉴스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분명했다"며 혐오범죄 개입과 인권침해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해 지역의 평화와 민주주의 의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