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30년 만에 추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미래를 대비한 교통정책 추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와 도로 위주의 기존 교통정책을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제주에서도 ‘사람 중심의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사람 중심의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차고지증명제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공영주차장 확보 △일방통행 등 4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송년기획-교통정책, 사람이 중심이다]를 5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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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 학교 바로 옆 도로지만, 통학로 자체가 없다. 도로 양쪽으로 많은 차량이 불법주차됐으며, 아이들이 차도 한가운데로 걸어다닌다.
[송년기획-사람 중심의 제주교통문화] ③ 올 상반기 스쿨존 사고 16건…교육청 “학교경계구역 조정 가능”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입된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의 통행이 잦은 초등학교 및 유치원·어린이집의 주출입문 반경 300m(최대 500m) 이내를 뜻한다. '스쿨존(School Zone)'이라고도 불리는 이 구간은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무색할 만큼 어린이들의 안전이 확보돼야 할 공간에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즐비하다. 안전규정 무시행위까지 난무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공간이 된지 오래다. 

이와 관련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최근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에 일방통행로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에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평일 오후 제주도내 웬만한 초등학교 인근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방과 후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몰려드는 학원 차량들로 넘쳐난다. 당연히 귀갓길 어린이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번번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 학교주변은 교통혼잡으로 인한 이런저런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제주도가 교통·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일방통행로 확대와 맞물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선도적으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주변을 일방통행화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평일 오후 3시쯤이면 도내 초등학교 주변은 각종 학원 차량은 물론 자녀를 태우러 나온 학부모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몸집이 작은 어린이들은 차량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아 자칫 인명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등하굣길 아이들 안전사고 문제에 노심초사했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학교 안전지킴이들이 등하교 시간 때 학교 주변에서 차량 통행 안내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구조적으로 어린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학교주변 도로의 일반통행로 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로로 전환하면 도로에 일부 여유 공간이 생긴다. 여유 공간에 인도를 확장하거나 어린이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의 임시 정차 구역을 조성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저녁 시간 때 주차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6일 2018 교육행정협의회를 갖고, 도로 폭이 좁아 보행로 확보가 어려운 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통학로 확보에 협력키로 했다. 도로 폭이 협소하고, 더 이상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학교 경계선을 조정한다는 게 골자다. 
▲ 일방통행 도입이 추진됐지만, 무산된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스쿨존. 철 구조물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했지만, 통학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주에 통학로가 전혀 없는 학교는 무려 18곳에 달한다. 일부 방면에만 통학로가 있거나 통학로 자체가 비좁은 학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상당하다. 

제주도와 도교육청은 학교 주변에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거나 일방통행로 전환을 추진했지만, 몇몇 학교는 인근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어떤 학교의 경우엔 우회도로가 없어 일방통행화가 무산됐다.

도교육청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경계선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다. 경계선 조정으로 학교 부지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도내 초등학교 주변 일방통행화 추진이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도내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일어난 인명사고 중 피해자의 나이가 만 13세 이하인 사고는 총 16건이다. 16건 중 2건만이 주말인 토·일요일에, 나머지 14건은 모두 평일에 발생했다. 14건 대부분이 등·하교 시간대 벌어진 사고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주변 일방통행화를 더 늦춰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성세대인 학부모와 주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하고 수용할 문제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방통행만 도입해도 등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주민 반대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안전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다.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학부모와 주민 등이 동의한다면 학교 주변 일방통행로를 도입하는데 큰 걸림돌은 없다”며 “안전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통계획 전문가인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상훈 박사도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는 안전한 보행로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 학교주변 일방통행로 확대 정책에 힘을 실었다. 

손 박사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안전한 보행로가 확보돼야 하고, 주차된 차량 등이 시야를 가리면 안된다. 도로를 넓혀 안전한 보행로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미 불가능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히 학교 주변도 더 이상 도로를 넓힐 수 없는 곳이 매우 많다. (학교주변으로) 일방통행화를 통해 생겨난 여유 공간에 통학로를 확보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전해진다.”며 “일방통행화해 통학로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통학로 확보를 위해 일방통행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교통학적으로 안전과 불편함은 반비례한다. 안전을 위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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