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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多] (27) 18일 한라산 첫 눈 뒤늦게 알아...적설‧첫눈 한라산관리사무소 직원이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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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한라산 정상 부근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서 눈이 내리고 있다. 올 겨울 한라산 첫눈은 18일 낮 12시부터 내렸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제공>
첫눈이 내릴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에 들뜬 국민들이 너도나도 손가락 검색에 나서면서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에는 ‘첫눈’이라는 문구가 인기검색어 순위를 장식했습니다.

같은 날인 21일 낮 12시부터 한라산 윗세오름과 정상부근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첫 눈 기사를 위해 기자도 전화를 붙잡고 제주지방기상청 다이얼을 눌렀습니다.

“오늘 한라산에 내린 눈이 올 겨울 첫 눈인가요?”

“아, 저희도 그런 줄 알았는데 18일에 첫 눈이 내렸다고 하네요”

여기서 ‘내렸다고 하네요’의 주체는 기상청이 아닌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연간 100만명이 이용하는 한라산이지만 겨울만 되면 기상청은 기상관측에 애를 먹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첫눈 마저 놓치는 일까지 벌어졌죠.

한라산에는 윗세오름(1668m.이하 해발)과 삼각봉(1528m), 진달래밭(1489m), 사제비(1434m), 영실(1260m), 어리목(965m), 성판악(760m) 등에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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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정상 부근에 설치된 무인기상관측 장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상청 관측과 직원은 전산 장비와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강우와 기온, 풍속, 습도 등 각종 기상 정보를 얻습니다.

문제는 겨울철입니다. 눈이 내릴 경우 이를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윗세오름과 진달래밭에 대당 6000만원의 고가 장비가 있지만 기상청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이 장비는 3m 높이에 위치한 장비가 바닥으로 레이저를 보내 돌아오는 신호를 계산해 적설량을 측정합니다. 다만 바람이 불면 눈이 날려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장비는 기상청이 아닌 제주도 소유입니다. 제주도는 재난 안전 관리용으로 설치된 만큼 기상청에서 기상 자료로 활용할 경우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장비 공유를 꺼리고 있습니다.

결국 기상청은 직원들이 한라산에 상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라산국립공원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고지대 근무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재는 이른바 ‘목측’ 방식을 이용합니다.

윗세오름과 진달래밭 대피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낮 12시와 오후 3시, 오후 6시 등 3시간 간격으로 적설판 눈금자를 육안으로 확인해 이를 기상청에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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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이 수십년간 사용중인 적설량 목측 방식. 관측자가 직접 자를 이용해 쌓인 눈의 높이를 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강풍으로 바람이 특정 지역에 쏠리면 적설판 주변 여러 지점의 적설량 평균을 계산합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 밤사이는 관측 자체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첫 서리와 첫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관측과 직원이 한라산을 바라봤을 때 눈이 쌓이면 ‘관설’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첫눈은 한라산에서 직접 확인을 해야 하겠죠. 결국 기상청도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전화로 물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번 첫 눈을 놓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라산의 첫 눈은 기상청이 관리하는 공식 기상자료는 아닙니다. 적설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 공식 기상정보는 제주시와 서귀포 기상대 2곳의 정보만 유효합니다.

하지만 도민과 관광객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기상정보는 촘촘한 지역별 실시간 상황입니다. 기상청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라산에도 자체 기상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올 겨울도 기상청은 한라산 고지대 근무자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 한라산 백록담에 눈이 내린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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