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⑫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브라이언 싱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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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록 밴드 '퀸'의 라이브 공연 모습. 제공=현택훈. ⓒ제주의소리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프레디 머큐리, 커트 코베인……. 락 스타는 락엔롤의 운명으로 살다 간다. 1955년 빌 헤일리 앤 더 코밋츠의 노래 <Rock around the Clock> 이후 락은 청춘의 상징이 되었다. 격정적인 사랑. 빠른 비트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은 거친 청춘을 닮았다. 

스무 살 무렵, 누군가 자취하는 사람이 있으면 술자리의 마지막은 한 친구의 자취방으로 가는 게 정해진 코스였다. 남자들만 모였을 때는 밴드 얘기를 곧잘 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밴드가 최고라며 치켜세운다. 메탈리카, 본 조비, 퀸, 헬로윈, 아이언 메이든 등. 음악을 들으며 음악 얘기로 밤이 깊어가곤 했다.

퀸의 노래 <Bohemian Rhapsody>는 어린 나이라서 잘 와닿지 않았는데 어떤 원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친구가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물으니 사연이 없는데, 슬프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신화적인 운명에 대해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Love Of My Life>를 함께 들을 사람을 기다렸다. 청춘이 소중한 줄 몰랐던 그때, 다가가도 될까 말까 인데 가만히 있으면 사랑이 오겠거니 여겼다. 그러나 아무도 안 왔다. 그래서 그 노래는 어느 누구도 러브 송이 되지 못했다.

우리가 가는 것이라고 해봐야 바다를 보러 가는 게 유일했다. 바다에 가봤자 캔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였던 그때. 섬에서 태어난 우리는 더 넓은 세계를 동경했다. 이제 한 녀석은 원양어선을 타고 있고,  또 한 녀석은 치킨집을 하다가 망했고, 한 녀석은 소방관 시험 준비한다는 소식이 마지막 소식이었고, 다른 몇 녀석은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모두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We Are The Champions>을 부르자. 이제는 연락도 잘하지 않지만, 확실한 건 모두 각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을 것이다. 보면서 그 노래를 듣던 자취방을 한 번 즈음 떠올렸겠지. 그래, 우리는 락 스타가 아니니까 제발 요절하지 말고 오래 살자. 혼자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Mama, just killed a man~”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내면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 그것으로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가 되리라.

현택훈
고등학생 때 비디오를 빌려보며 결석을 자주 했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처음 쓴 소설 제목이 ‘중경삼림의 밤’이었다. 조조나 심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를 소재로 한 시를 몇 편 썼으나 영화 보는 것보다 흥미롭지 않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좀비 영화에 빠져 지내다 지금은 새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낸 시집으로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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