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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런 선생님, 이런 책이 좋다

김채현 news@jejusori.net 2018년 12월 03일 월요일 17:24   0면
[기고] 김채현 애월중학교 1학년

나는 돌려서 말하는 걸 싫어한다. 친구 중에서 가끔 말을 어렵게 꼬아서 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물었다가 서로 짜증을 내고 다퉜던 적이 있다. 이런 성격은 독서에서 약점이 되기도 한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하고 결론까지 기다리기도 힘들다. 그래서 독서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싶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는 나에 맞는 친구가 있듯, 나의 성격에 맞는 책도 있다. 《궁금 바이러스》(창비교육)라는 시집이 그랬다. 《궁금 바이러스》는 실제 10대들이 직접 쓴 것처럼 공감 가는 내용이 참 많았다. 예를 들어 <되게 귀여워요>라는 시가 그렇다. 

“미인이에요”라고 하면,
“뭐? 설마 미친 인간이란 뜻은 아니겠지” 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되)게 귀엽다.
게 귀여운 따라쟁이 우리 선생님 
- <되게 귀여워요> 가운데 일부

어떻게 이런 선생님이 있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나도 지금까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권위적인 선생님, 캐묻는 선생님, 툭하면 야단치는 선생님들이었다. 때로는 재밌게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터놓고 대화를 나눌 만한 선생님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내가 다니는 학교의 보건 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대화가 통하는 편이다. 보건실 문에는 한 장의 종이가 붙어 있는데, 남학생은 남자 선생님인 상담 선생님께, 여학생은 여자 선생님인 보건 선생님께 찾아가면 이성에게 말하기 힘든 내용을 꺼내놓을 수 있다는 내용이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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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길의 시집 《궁금 바이러스》(창비교육). 출처=알라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관계는 서로의 비밀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 비밀을 고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캐묻거나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나는 괜히 그 이야기를 선생님께 꺼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경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선생님들을 조금씩 경계하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 귀여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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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현 애월중학교 1학년. ⓒ제주의소리
생님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은 ‘수업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는데 <되게 귀여워요>에 나온 선생님은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선생님께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나인만큼 두 번 이상 읽은 책도 드물다. 14년 인생 동안에 한 번 읽고 또다시 읽어본 책이 <데미안>, <레미제라블>, <돼지 책>, <초정리편지> 이렇게 네 권이다. 여기에 《궁금 바이러스》가 추가될 것 같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유쾌하고 공감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 김채현 애월중학교 1학년

※ 탐라도서관과 오승주 작가는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정치학교'를 진행합니다. <제주의소리>는 청소년 정치학교 주최 측과 함께 참가자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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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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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ysonyfa 2018-12-03 21:07:53    
책을 한동안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읽지 않았는데 반성해야겠네요.
책을 통해 스스로,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니 참 대견스럽고 창피한 생각이듭니다.
저 책 사러 갑니다~
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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