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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후 제거된 산방굴사 앞 소나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조훈배 의원 “수호신 형상화, 청동구조물로 원형보전 약속 휴짓조각” 무성의 행정 질타

국가지정 명승 제77호인 산방산을 수백 년간 지켜왔던 노송(老松)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후 지역주민의 염원을 담아 산방산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형상화하기로 했던 약속이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사된 소나무는 무참하게 베어져 쓰레기차량에 실려 결국 소각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훈배 의원(안덕면, 더불어민주당)은 5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소관 2019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산방굴사 앞 소나무 제거 후 행정의 무성의한 후속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의원이 문제 삼은 소나무는 국가 지정 명승 제77호인 산방산에 있는 산방굴사 앞을 수백년간 지켜온 노송을 말한다. 수령 4~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탐라순력도 산방배작(山房盃酌)에 그려질 만큼 유서깊은 노송으로, 마을주민들은 신목(神木)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오랜세월 자리를 지켜온 산방산의 상징인 이 노송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재선충병으로 인해 붉게 물들어가다 결국 고사됐다.

서귀포시는 당시 사계리마을회와 노송 처리대책을 협의해 노송을 벌목해 산방산의 수호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방덕이’ 조각상으로 제작하고, 노송을 베어낸 그루터기 위로 청동구조물로 나무 원형을 보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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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배 의원(안덕면).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조훈배 의원은 “당시 주민들은 행정과의 약속을 믿고, 이별 고유제를 지내면서 신목과 이별을 고했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처리된 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용해 세계유산본부장은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접하긴 했었는데, 지금 어떻게 처리된 줄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결국 쓰레기차로 실어다가 소각해버렸다. 행정이 주민들과의 약속을 이렇듯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되는 것이냐”며 “이게 정당한 행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나 본부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변하자, 조 의원은 “내년에 산방산 보전과 관련한 용역비 1억원이 계상됐는데, 용역 과업지시서에 이 문제도 포함해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나 본부장은 “후계목을 식재하는 등의 방안은 찾아보겠다. 과업지시서에 그런 내용을 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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