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 지난 5일 <제주의소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프랭크 군터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 ⓒ제주의소리
[단독인터뷰]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예멘인들 관심 주면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

제주를 찾은 프랭크 군터 레무스(Frank Gunther Remus)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이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환대해 준 지역사회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예멘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지난 4일, 1박2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한 레무스 대표는 5일 <제주의소리>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예멘 난민과 관련한 지역과 국가 차원의 대처에 대한 견해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레무스 대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제주에 체류중인 예멘 난민들의 일터와 숙소 등을 찾아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또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과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등 지역 단체장을 예방했다. 아울러 올해 초 예멘인들이 제주에 당도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준 지역 커뮤티니를 찾아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인터뷰는 이른 오전 레무스 대표가 묵고있는 호텔 로비에서 진행됐다.

독일 포츠담 대학에서 외교 및 국제정책, 개발도상국 정치학 등을 전공한 레무스 대표는 1993년부터 유엔난민기구에 몸담아 20여년간 난민들의 삶의 현장 속에 직접 뛰어들었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예멘 등의 현장을 누볐고, 아태지역국 선임 오퍼레이션·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유럽 안보협력기구 및 비엔나 주재 유엔 대표부 내 유엔난민기구 연락사무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한국대표부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2.jpg
▲ 지난 5일 <제주의소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프랭크 군터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 ⓒ제주의소리
레무스 대표는 "한국에 부임한 것은 9월초였다. 부임하기 전 유럽에 있었을 때도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항상 제주를 방문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에 방문하게 된 계기는 제주에 거주하는 난민들을 만나보고, 이들을 보살펴준 정부 및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논의를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방문 첫 날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 그는 "전반적으로 제주에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 난민과 함께하는 시민사회, 종교에 기반한 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봤는데, 이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제주를 찾아온 예멘 난민들을 환대했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과의 만남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청장은 정확한 사실 자료를 근거로 '난민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예멘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어떠한 목적을 갖고 한국이나 제주에 온 것이 아니라고 전해줬고, 난민들이 한국 국민들과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했다.

레무스 대표는 "물론 제주도민들에게는 다른 문화권에 살던 많은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일들이 이례적이었을 것이다. 처음 제주에 온 예멘인들이 거리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지역주민들은 두려움도 느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주민들과 예멘 난민들이 서로 보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예멘인들 역시 자신의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레무스 대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이동하는 현상은 이미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대한민국도 여기에서 완벽히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역시 국제적인 현상과 추세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같이 아주 큰 규모의 난민들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경험들과는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역시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는 의무와 책무를 다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3.jpg
▲ 지난 5일 <제주의소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프랭크 군터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 ⓒ제주의소리
특히 레무스 대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난민들에 대한 수용력을 키운다면 이들이 결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레무스 대표는 "난민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구직을 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을 갖게 된다면 이들은 대한민국의 문화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실제로 어제 만났던 예멘인들 중에서는 직업을 찾아 다른 지역주민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매우 긍정적인 발전방향을 보여준 사례로,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다수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을 내린데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어려운 결정을 함에 있어 인도적 체류자라는 지위를 준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매우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난민 '불인정' 결정이 내려진 사례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절차 상 아직 이의신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정부와 시민사회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를 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끝으로 레무스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난민들을 위해 음식과 생필품 등을 내어주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 준 제주도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멘인들은 전쟁이라는 너무나 끔찍한 상황을 겪은 이들이다. 이 분들은 일반적인 삶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아달라"며 "예멘 본국의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이들을 돌봐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