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부터 19일까지 성안미술관, 장르 넘나드는 회화 20점 선봬

문화기획자, 공공미술 전문가, 갤러리 대표…. 무거웠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열정 가득했던 청년 초심으로 돌아간다. 22년 만의 회화 개인전, 김해곤(53) 미술작가의 <항해자>다.

김해곤 작가는 12월 7일부터 19일까지 성안미술관에서 열일곱 번째 개인전 <항해자>를 연다. 22년 만인 회화 전시에서 작가는 작품 20점과 지난 활동을 정리한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한동안 김해곤이란 이름은 운동장을 누비는 선수 보다 감독에 가까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탄광촌미술관 등 굵직한 공공미술 작업에 참여했다. 국가 사업인 마을미술프로젝트(재단법인 아름다운맵) 총괄 감독을 2009년부터 맡아 지난해 3월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전, 탐라대전, 제주비엔날레 등 대규모 설치 미술 작업을 많게는 한 해 4건 이상 도맡았다. 도남초등학교 옆 전시 공간 ‘갤러리비오톱’도 운영했다. 

십 수 년 간 달려온 작가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갔다.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애써 웃음 짓던 모습은 그의 피로를 짐작케 했다.

그렇기에 이번 <항해자> 전시는 밟아온 엑셀 페달을 잠시 떼고, 예술이라는 본인의 업을 차분히 바라보는 성찰전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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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마을은 사라졌지만 사람은 살아있다2>.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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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오아시스(oasis)와 manna>.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전시 서평을 쓴 임종업 한겨레 신문 기자는 “나는 이처럼 작업 궤적이 날 것으로 드러난 전시를 보지 못했다. 22년 만에 다시 들어 손선(낯선) 붓질이 짧은 기간에 본 궤도에 오르니 기울기의 가파름이 역력하다”며 “여러 차례 만나서 작가를 그런대로 안다 싶으나, 쭉 뻗은 상향선이 가리키는 작업의 지향점은 사뭇 가늠하기 어렵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작품은 아담과 이브, 나폴레옹 등 서양화 이미지를 주 소재로 사용했다. 일반 회화 보다는 사진, 디지털 프린트 등을 결합한 복합 회화에 가깝다. 화폭 위 독특한 이미지들은 여백 속에서 한층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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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슬픔의 詩>.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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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세습(世襲)의 차가운 예감>.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김해곤 작가는 모처럼 가지는 전시에 대해 “오로지 화가가 되고 싶었던 동심으로 가고 싶지만, 달란트의 고향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민중미술 너머 인류의 미술을 추구하고 싶다”고 오랜만에 느끼는 ‘화가’로서의 열정을 피력했다.

또 “세상은 밝고 아름답고 달콤한 것에 대한 관심이 가득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둡고 비극에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 자신의 권력을 위해 서슴없이 죄악을 짓고 살아가는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본인이 그리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성안미술관은 제주 성안교회 지하에 있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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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태초의 인간은 아름다웠다>.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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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곤의 작품 <선악과(善惡果)를 권하는 사회>. 제공=김해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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