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제주도 도시건축공동심의위원회는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취소됐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다. 계획이 추진되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일대 58만㎡(약 17만평)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의 맹수 관람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동물병원 등이 들어오게 된다. 곶자왈의 생태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최종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시점이 10년을 넘겨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이고, 한정된 공간에서 제주지역 기후와 환경에 맞지 않는 야생동물을 전시하게 될 동물원이 들어오게 된다. 도내에서도 동물원 찬성과 반대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연재 중인 '코코어멍 동물愛談'에서 그 이유를 세 번(27~29회)에 걸쳐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 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9) ‘동물이 중심’인 동물원, 동물을 보기 힘들다

새로운 동물원이 들어오는 나라와 동물원이 사라지는 나라 중 어느 나라 사람이 더 행복할까? 

영국 신경제재단(NEF)에서는 해마다 지구행복지수(HPI)를 조사하여 발표한다. 이 지수는 기대수명과 삶의 만족도, 경제적 평등, 친환경 측면 등을 고려해 국민들이 평생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를 측정한 지수로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득 대신 얼마나 지속가능한 행복을 느끼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151개국을 조사한 결과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손꼽히는 나라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이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니 동물원의 동물도 행복할 것만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곳에는 동물원이 없다. 2015년 코스타리카 환경부는 100년 동안 유지해오던 동물원을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동물원도 2025년이 되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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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330만 평(1090만9090.9㎡) 규모의 코끼리 보호구역. 모두 동물원과 서커스에서 은퇴한 코끼리로 현재 20마리가 살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직접 코끼리를 볼 수 없고,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테네시 코끼리 보호구역 페이스북. 제공=김란영

동물원이 있던 자리에 울타리를 허물어 생태적인 식물원이 조성되고 있으며, 포유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야생에 적응하기 힘든 동물들은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돌보고 있다. 추정되는 동식물 종류가 무려 50만 종으로 생물종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다. 국민이 더 이상 울타리에 갇힌 동물들을 보는 걸 원하지 않아서다. 카스트로 환경부 장관은 야생동물들을 철창에 가두고 관람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생태적으로 옳지 않다는 사람들의 환경의식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인간의 입장에서는 보호 정책일 수 있지만 결국 어떤 형태의 감금도 옳지 않다고 판단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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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동물원이라 불리는 미국 애리조나-소노라 사막 박물관의 아름다운 모습.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멕시코까지 펼쳐져 있는 소노라 사막에서 원래부터 살고 있던 300여 종의 식물과 1200여 종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출처=애리조나 소노라 박물관 페이스북. 제공=김란영

그들 역시 과거에는 불법 포획으로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극심한 산림 벌목으로 대단위 식물들이 파괴되었다. 1990년 이후 대대적 단속을 시작으로 2005년에 남벌이 사라지고, 불법적 동물 포획을 법으로 엄하게 다스리며 2002년부터 동물 서커스와 사냥도 금지했다. 현재는 ‘생태선진국’으로 알려져 전 세계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이자, 가장 많이 찾고 있는 나라로 평화와 인권 그리고 동물권이 국가 브랜드가 되었다. 

그들은 야생동물의 보전·연구, 국민들에 대한 정보 제공, 생물다양성 보전 등 동물원의 필요성은 철저하게 자연적인 요구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동물을 다루거나 계산하지 말고, 가두지 않은 상태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진짜 ‘동물이 중심’이 되는 동물원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동물원’이란 단어마저 이제 곧 과거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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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영상기술로 만들어진 물고기 없는 수족관, ‘인카운터 오션 오디세이(Encounter Ocean Odyssey)’가 캘리포니아의 타임 스퀘어,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나타났다. 어두운 밤, 달빛 그림자가 드리워진 혹등고래, 범고래, 돌고래와 함께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듯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내셔널지오그래픽 페이스북. 제공=김란영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은 ‘동물에 대한 애호 정신을 길러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각지의 동물을 관람시키는 곳’라는 사전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많은 동물원들이 여전히 과거의 운영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동물원으로는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힘들 뿐 아니라 동물 보호가 힘들다는 이유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동물원이라 불리는 미국 애리조나-소노라 사막 박물관에는 북극곰과 판다가 없다. 다른 기후의 지역에서 온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살고 있던 300여 종의 동물과 1200여 종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 박물관의 주인인 동식물과 교류를 했던 사람들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며 다시 박물관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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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영상기술로 만들어진 물고기 없는 수족관, ‘인카운터 오션 오디세이(Encounter Ocean Odyssey)’ 속에서 마치 손에 잡힐 듯 가상의 동물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작은 유리 안에 가둬 놓는 수족관에서 나타나는 정형행동을 볼 수 없다. 출처=내셔널지오그래픽 페이스북. 제공=김란영

영국의 저지 동물원, 캐나다의 마운틴 뷰 보호 센터, 중국 곰 구조 센터, 미국 테네시 코끼리 보호구역 등 많은 동물원들은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은퇴했거나 구조된 야생동물에게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쾌적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난히 방문자가 많은 테네시 코끼리 보호구역에서는 눈으로 직접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호구역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스페인 국민은 동물원을 개·보수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에 갇힌 300종·2000마리의 동물을 모두 VR 영상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물원을 없애고 가상현실(VR) 영상 등으로 대신하자고 한다. 동물을 우리에 가둬 관리하는 것이 학대에 가깝고, 친환경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디지털 감각이 발달한 아이들에게 더욱 교육적이라 강조한다.  

‘동물이 중심’이 되지 않는 동물원은 동물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소비주의 방식의 동물원은 다시 인간인 우리의 삶을 괴롭힐 것이다. 감금되고, 학대받고, 고통받고, 우울한 동물의 모습에 사람들은 절망의 고개를 숙이게 된다. 우리는 동물들이 그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자연스럽고 행복한 모습을 보길 원한다. 더 자비롭고 더 관대하고 그들과 더욱 서로 연결되길 원한다.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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