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이승아 의원 “1조7천억 투입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 효과 반감”

빗물과 오수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고의적 ‘오접’에 대해 강력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21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 초선인 이승아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이 들이미는 빗물만 흘러야 할 우수관에서 오수가 흐르는 사진과 동영상 등 증거자료에 원 지사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96년부터 1조7000억원 넘게 투입된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용량 증설만으로는 제주지역 하수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발한 것이다.

이 의원은 “1조7000억원이 넘게 투입한 혈세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차집관로 관경을 증설하고, ‘오접’ 관로에 대한 전수조사와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이에 원 지사는 “당장 내년에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제주의소리>와 가진 ‘이슈인터뷰’에서 이 점을 상기시킨 뒤 “원 지사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기는 주원인이 되면서 분류식 정비사업 효과를 반감시키는 하수관 오접(잘못된 관로 연결)과 관련해 “고의로 연결한 경우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우수관을 통해 오수가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고, 분류식 정비사업이 완료된 지역에서 오수가 땅 위로 역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행정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건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며 도지사는 물론 양 행정시장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인식, 행정력을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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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승아 제주도의회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지도 벌써 5개월이 넘었다. 초선 의원으로서 정신 없이 지냈을 텐데, 지난 5개월 어땠나.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넘치는 현안과 초선 의원으로서의 욕심 때문인지 100m 단거리 선수처럼 앞만 보고 뛰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도민들로부터 질타도, 격려도 받았다. 다 잘하라는 지적인만큼 겸허히 초심을 지키면서 의정활동에 임하겠다. 나름대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싶다.

Q. 제366회 제2차 정례회에서는 11대 의회 출범 이후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두 번째 도정질문이 진행됐다. 의원님은 어떤 내용으로 도정질문을 진행했나.

농어촌민박의 난립과 불법 숙박업소에 대한 관리방안, 도심이 확장되면서 도심 속에 위치해버린 제주교도소의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리고, 요즘 제주도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하수도 문제와 관련해 드러난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Q. 저도 주목했던 사안이고, 다른 언론들도 비중 있게 다뤘던 게 바로 하수관거 정비사업이었다. 문제점이 뭔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특정 구역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보니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우수관에서 오수가 흐르는게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차집관로의 문제다. 차집관로가 뭐냐면 하수를 모아서 처리장으로 이동시키는 관로다. 이게 도시의 향후 개발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다보니 비만 오면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출되면서 악취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행정에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갑다.

Q. 도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뭔지, 도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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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아 의원. ⓒ제주의소리
기존에는 전부 합류식 하수관거였다. 가정이나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오수와 빗물이 하나의 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는 형태였다. 지금 진행되는 분류식 하수관거는 오수와 빗물이 흐르는 관로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 오수만 따로 처리장으로 이동하고, 빗물을 모은 우수관은 하천이나 바다로 방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오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사업이 바로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다.

이 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돼 2035년까지 총 3조2000억원 정도 투자될 계획으로, 올해도 900억원 정도 투자됐다. 앞으로 2035년까지 1조4000억원 정도 더 투입될 계획이다.

Q. 요약해보면 각 가정이나 대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까지 가기도 전에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줄줄 새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만으로는 하수대란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 하수대란 해결을 위해서는 크게 두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하수처리장 용량 증설은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다. 그와 병행해 이번 도정질문에서 제기했던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서 우수관을 통해 하수가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드는 일이 없도록 꼼꼼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이 같은 실정을 행정에서는 여태까지 몰랐던 건가.

모를 수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잦은 인사로 실시 단계에서 용량부터 면밀하게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쌓인 측면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주도 하수관망관리시스템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만 했어도 벌써 차집관로 증설은 이뤄졌을 것이다.

Q. 도정질문 때 문제가 된 지역을 직접 방문해서 찍은 사진과 영상자료를 보여줬다. 실제로 현장을 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

현장을 가서 보니 너무 쉽게 문제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고,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병문천의 경우엔 비만 오면 악취를 동반한 하수가 넘쳐흐르는 걸 쉽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근래에는 오라동주민센터 앞에서 번번이 하수가 유출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천교 주변은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완공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맑은날 우수관을 열어보면 악취를 동반한 오수가 흘러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Q. 관망도에는 합류식과 분류식이 다 표시가 되어 있는데, 실제 현장상황은 관망도와 다르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수관에서 오수가 흐른다는 건 오접 때문인 경우가 많다.

Q. 그렇다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개선방안이라도 있나.

이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지하수 보전이라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 투자 대비 성과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제가 보기엔 공사 전 실시단계부터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야 하고, 이걸 총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운영체계가 아직 안 잡혀있다.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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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승아 제주도의회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하수도 관련 업무는 도청 사업소인 상하수도본부와 행정시 상하수도과로 나눠져 있다. 이런 이원화된 조직체계 때문에 하수도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건가.

지난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민원에 신속하게 응대하기 위해 상하수도본부 지역사업소 업무를 행정시로 이관됐는데 오히려 민원인 입장에서 전화를 하면 자기들 관할이 아니라며 핑퐁행정을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행정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 같다.

Q. 행정이 가정에서 배출되는 분뇨와 설거지물은 오수관을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가게 하고, 빗물은 우수관을 통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도록 잘 정비하더라도, 누군가 가정에서의 배수시설을 우수관에 연결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이걸 오접이라고 하던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나.

잘 아시다시피 청정제주 이미지가 사라져가고 있고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행정에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오접 실태를 하루라도 빨리 전수 조사해야 한다. 만약 고의적으로 하수 배수시설을 우수관에 연결했다면 행정에서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병 들어가고 있는 제주도의 문제를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주민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

Q. 결국은 행정이 나서야 한다. 원희룡 지사께서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 “전수조사를 통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는 했다. 영리병원 문제처럼 허언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도정책임자인 원 지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영리병원 허용부터 시작해서 도민들이 많이 놀라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수도 문제도 하수도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청정환경을 자랑하던 하천,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 근래에는 대장균군이 발견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도지사는 무론 행정시장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사께서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 도민들에게 전수조사 후 대책마련을 약속한 만큼 반드시 실행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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