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24) 후추등 (Piper kadzura Ohwi) -후추과-

이번주에는 덩굴성 식물 '후추등'을 소개해 드립니다.

후추등은 풍등갈(風藤葛), 풍등덩굴, 바람등칡, 호초등이라고도 불립니다. 줄기에 세로줄이 있고, 가지가 많으며 줄기와 가지는 녹색을 띕니다.

후추등은 남부의 해안가나 제주도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12월인 지금 열매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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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가 향신료로 사용하는 후추의 원산지는 인도의 남부 지역인 말라바 해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자로 쓰면 후추를 '胡椒'(호초)라고 씁니다. '胡'를 오랑캐라고 보면 옛날 만주 지방에서 온 향신료라고 하는 뜻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향신료 중 후추만큼 역사를 바꾼 식재료도 없을 것입니다. 후추를 먹다가 죽은 사람은 없지만, 후추 때문에 죽은 사람은 수도 셀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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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중세 유럽에서는 고기를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는데, 오래된 고기의 냄새를 없앨 수 있는 향신료가 필요했습니다.

인도의 후추가 알려지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그로 인해 이슬람의 아라비아반도를 피해서 직접 인도로 가는 길을 항로를 통해 개척하고자 했습니다.

요즘 설탕의 대체제로 많이 사용하는 비싼 스테비아와 비교해봐도, 그 당시 후추는 너무나 비싸 귀족들만 사용하는 향신료였지요.

후추등은 암, 수 딴그루의 덩굴성 나무입니다. 후추등의 수꽃과 암꽃을 만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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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추등 수꽃.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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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추등 암꽃. ⓒ제주의소리

후추등을 노래한 유유님의 시 한 편 만나 보겠습니다.

바닷바람 먹고 사는 후추등
유유

아침 대용 최고 음식은 선식이라 하는데
신선은 이슬만 먹지 않을까

몸에 좋고 귀한 음식에는 대용식이 있기 마련
물과 공기는 빼놓고 말이다

후추가 얼마나 중요했으면
대신하는 향신료가 줄을 서서 등장하는가

후추 대용의 후추등도 꼽사리 껴본다고 한다
바닷바람 한껏 들이키고.

후추등은 마디에서 뿌리가 내려 바위나 나무에 붙어 기어 올라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나무 종류도 가리지 않아 나무 전체를 덮어 버린 후추등을 볼 수 있지요. 후추나무를 많이 닮아 있지만 매운 맛이 없어서 식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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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에 후추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1389년(공양왕)에 유구(琉球)의 사신이 후추 300근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고려 때 이인로(李仁老)가 지은 <파한집>에서 처음으로 후추에 대한 명칭이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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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12월 겨울이 깊어가는 요즘, 후추등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갑니다.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가 추위를 녹이고 있는 듯 합니다.

12월이 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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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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