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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위원회, 3시간 격론 끝 ‘심사보류’…김태석 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않겠다”

제주도의회가 원희룡 도정이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을 위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부결’ 아닌 ‘심사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불씨는 남겨뒀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18일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과제(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동의안’을 상정, 격론 끝에 심사를 보류키로 했다.

오전 심사 때부터 격론이 벌어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차가 컸다.

먼저 강성균 위원장(애월읍,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선의 대안인가”라고 물은 뒤 “그런데 도민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게 아니라 찬․반을 강요하고 있다. 제주도정이 아무런 고민 없이 도의회에 폭탄을 던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좌남수 의원(한경면․추자면,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체제를 개편하려는 이유가 행정의 민주성․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그런데 예산권이며 인사권을 도지사가 다 움켜쥐고 있으면서 시장만 직접 선출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시장직선제 무용론’을 폈다.

좌 의원은 특히 이번 동의안에 들어있는 ‘정당추천 배제’ 조항과 관련해 “부결되긴 했지만 지난 2013년도 행개위 권고안은 정당추천도 가능하고 도의원도 출마가 가능했었다”면서 “이번 동의안에 정당추천을 배제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현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이 “도지사와 행정시장이 당적을 달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대립을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하자, 좌 의원은 “그 말은 곧 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소속정당이 다르면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법개정 사항 등을 감안하면 차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길호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은 “행개위 권고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존중한다”면서 “지사가 열린마음으로 의회의 수정의결도 수용하겠다고 한만큼 의회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10년간 논의를 해서 제출된 권고안이다. 저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며 “감정적으로만 보면 통과시켜서는 안될 안이지만, 그럼에도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동의안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도 “오늘 동의안이 부결되면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중단되고 만다. 저는 논의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현 의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홍 의원은 특히 “2/3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그대로 종결되고 만다”며 “국회 입법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는 만큼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회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철남 의원(연동을, 더불어민주당)은 동의안 제출이 뜬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제가 지난 9월 도정질문을 통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사께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변했다”며 “도정질문 이후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동의안이 제출됐다. 너무 뜬금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행개위 권고안은 2018년 지방선거 적용을 목표로 제출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과 관련한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하늘이 준 기회인데, 이런 식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에 올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장직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일하게 당적인 다른 김황국 의원(용담1․2동, 자유한국당)은 “행정개편과 관련해 국회가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인데, 지역 국회의원들과는 협의가 됐느냐”며 “의원입법이 아닌 정부입법 형태로는 특별법 개정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지금 동의안에는 행정시장 직선제와 자치행정권 보장 두가지를 담고 있는데 범위가 모호하다. 보수 도지사-진보 행정시장이 된다면 권한을 줄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민구 의원(삼도1․2동, 더불어민주당)은 “시장 직선제를 한다고 해도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조례는 법보다 아래고, 지사가 조례를 어겨도 의회가 뭐라 할수가 없다. (영리병원 관련) 숙의형민주주의 했지만 지사가 공론화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단칼에 거부했다”며 시장의 권한을 제주특별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만에 하나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더라도 행정시장 권한은 특별법에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민 국장은 향후 입법화 추진과 관련해 “의회에서 동의해주면 내년 초에 제도개선 과제로 제출할 계획”이라며 “관계부처 및 당정협의를 거쳐 법개정안 마련해 내년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2020년 입법절차를 거쳐서 2021년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2시 회의를 속개한 뒤 동의안 내용 중 ‘정당공천 배제’ 문구를 삭제하는 선에서 동의안 처리를 위한 접전 찾기가 시도되기도 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강성균 위원장은 오후 2시50분쯤 “정치적 환경이 많이 변했음에도 의견수렴이 많이 안됐다. 행정시장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고, 주민참여가 약화된 문제, 행정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한 명확한 내용이 없다”면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와 의회 차원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심사보류를 선언했다.

한편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동의안 처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본회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김태석 의장은 “직권으로 상정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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