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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도내 일간지 1면에 낸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불가피성을 선전하는 광고. ⓒ제주의소리
“‘영리병원 허가’ 변명성 언론 광고보다 도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 폭풍 질타

제주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기록될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 허가한 이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일간지 1면 광고를 쏟아내는 것과 관련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주도의회에서 쏟아졌다.

도민들 의사에 반한 정책적 결정으로 분노하는 도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고현수)는 19일 전성태 행정부지사를 출석시켜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제주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집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에 대한 성토가 봇물을 이뤘다.

강성의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이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영리병원 허용’ 관련 광고가 게재된 일간지를 들어보이며 “제주도가 도내 일간지에 영리병원 허가가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의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가 많은 예산을 들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 토론하고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며 “선거 전후로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얘기하다가 막판에 입장을 변경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했다. 지사가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간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지사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민구, 강성의, 고현수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강 의원은 제주도관광협회가 입장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정치적 현안에 대해 시민단체는 강하게 입장을 발표할 수 있지만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기관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는 신중해야 한다”며 “도에서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강 의원은 사업계획 승인 권한이 보건복지부에, 개설 허가는 도지사 권한으로 이원화돼 있는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강 의원은 “시설을 갖추고, 종사자들까지 다 뽑은 다음에 허가를 안내줄 경우 상대방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다. 영리병원 허가와 관련해서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 과제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고, 전 부지사는 “살펴보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민구 의원(삼도1.2동, 더불어민주당)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도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까지 해서 최종 결론(불허 권고)을 낸 사안이다.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께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공직자들은 어떤 조언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영리병원 허가의 분수령이 됐던 12월3일 총괄 검토회의도 도마에 올랐다.

행정․정무부지사, 기획조정실장, 관광국장, 보건복지여성국장, 서귀포시 부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희룡 지사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다른 시·도의 외국인 투자실적에 비해 제주도는 정체수준이라는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전국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허가를 내주겠다는 ‘복선’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투자자와의 신뢰는 중요하고, 도민과의 신뢰는 중요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그건 아니다. (불허했을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조건부 허가)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지사께서는 도정질문 답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겠다고 했다”며 “도대체 (조건부 허가 결정 때까지) 열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냐. 검찰 조사와도 상관이 있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전 부지사는 “그 점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조건부 허가 이후 일간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외국의료기관 조건부 허가는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광고도 도마에 올렸다.

정 의원은 “정책결정권자가 도민들 의견에 반한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할 지를 고민하는 게 정상 아니냐”며 “과연 이게 일간지에 광고할 일이냐”고 질타했다.

‘담당부서가 어디냐’는 호통에 답변에 나선 강영진 공보관은 “일간지 광고는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중요한 결정이고, 이를 도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고현수 위원장(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녹지그룹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따지면서 제주도와 녹지그룹이 ‘내국인 진료 허용’을 서로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위원장은 “녹지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왜 갑자기 태도가 돌변, 시비를 거는 것이냐.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전 부지사가 “그쪽(녹지)에서는 관련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고 답변하자, 고 위원장은 “그러니까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전 부지사가 “정보공개법과 충돌된다”며 난색을 표명하자, 고 위원장은 “그렇다면 의회에서는 행정사무조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듭된 정보공개 요청에 전 부지사는 “저희도 못보여줄 이유는 없다. 의원들께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다면 열람은 가능하도록 녹지 측과 협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고 위원장은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제주도와 녹지 측이 암묵적으로 내국인 진료 허용과 관련해 동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거듭 사업계획서 원본 공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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