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1일 국가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도에 자치경찰이 닻을 올렸다. 출범 당시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는 선진적 제도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가경찰에 종속되며 무늬만 경찰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에 나서면서 또다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송년기획으로 제주에서 실험중인 자치경찰의 과거와 현재 통해 주민밀착형 자치경찰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과거-2006년 출범후 제도적 한계에 봉착 '무늬만 경찰'
②현재-2018년 국가경찰 파견 전국화를 위한 제주의 실험
③미래-2021년 전국 전면시행 민생치안 자치경찰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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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자치경찰] ③ 3단계 국가경찰 260명 파견...명확한 업무분장-수사권 확대 과제

최근 인천시는 자치경찰제 시범도시로 선정해 달라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요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시범도시로 지목된 곳은 제주와 서울, 세종 3곳이다.

인천시는 대규모 공항과 항만이 들어서 있다. 밀집된 산업단지와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공존하는 곳이다. 인구 300만 도시에 맞는 광역 단위의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는 최근 각종 강력 사건과 외국인 범죄가 중앙 전파를 타면서 ‘범죄의 도시’라는 오명까지 씌워지고 있다. 관광 1번지를 내건 도시 이미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2012년 이후 인구와 차량 증가 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치안 수요도 덩달아 급증했다. 그 사이 인구 10만 명당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도 전국 최고 수준이 됐다.

올해 발생한 주요 강력사건의 상당수는 중국인과 다른 지역 출신과 연결돼 있다. 경찰은 제주인구 60만명을 제외한 관광객 유동인구만 하루 평균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광객 인구를 포함하면 2017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대 범죄 발생건수는 1357건에서 전국평균인 970명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다.

전국 대비 5대 범죄 비율은 여전히 높지만 최근 4년간 발생건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치안서비스가 보다 CCTV 등 치안인프라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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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의 업무 확대는 본격적인 치안서비스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올해 4월부터 2단계에 걸쳐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인력 123명을 자치경찰에 보냈다.

112 상황실 일부와 지역경찰 인력까지 넘겼다. 이를 통해 긴급 사항만 국가경찰이 맡고 비긴급 사건은 자치경찰이 전담하는 선택과 집중의 실험을 8개월째 진행 중이다.

새해부터는 국가경찰 등 137명이 추가돼 파견 인력이 총 260명으로 늘어난다. 자치경찰은 기존 151명에서 400여명으로 증가한다. 도민들은 1급지 경찰서가 새로 생기는 효과를 얻는다.

최일선 인력인 지역경찰도 마찬가지다. 자치경찰은 지역경찰을 넘겨받아 지역경찰관서를 7개로 확대한다. 이 경우 도내 전체 지구대‧파출소는 기존 26곳에서 31곳으로 늘어난다.

지역경찰 171명과 순찰차량 17대가 파견되면서 도내 지역경찰도 560명에서 661명으로 18.0% 증가한다. 순찰차는 46대에서 60대로 30.4%나 많아진다.

이 경우 지역경찰 1인당 112신고처리는 287건에서 212건으로 26.1% 줄어든다. 국가경찰은 인력이 줄어드는 대신 긴급 사건에 집중해 강력 사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자치경찰은 불과 1년만에 일부 112신고와 지역경찰 업무까지 가져왔지만 제한적 권한은 여전히 과제다. 실제 시범운영 과정에서 명확한 사무 구분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경찰은 당초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공동사무로 지정했다. 반면 수사권이 제한된 자치경찰의 역할은 미비했다. 현장에 출동해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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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단계 파견에서는 이들 공동사무를 국가사무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대신 도로와 관련된 위험방지 사무를 자치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자치분권위는 향후 자치경찰에 초동수사권과 학교와 성폭력, 가정폭력, 교통조사,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서는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치경찰의 실질적인 민생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수사권 확대가 필수다. 이를 통해 제주에 맞는 특색 있는 치안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치안과 수사의 경계가 애매한 범죄에 대해서도 명확한 업무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도 시범사업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계속 줄여 나가기로 했다.

수사 과정에서 자치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기본이다. 임명권자인 제주도지사가 수사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나승권 제주자치경찰단장은 “광역자치경찰 모델 완성을 위해서는 인력과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며 “자치경찰 제도의 안착과 주민치안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은 “현행법상 자치겨찰의 권한이 제한 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전국 시행 이전에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확한 사무분장으로 업무를 떠넘기거나 치안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치안서비스에 대한 자치경찰의 전문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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