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고현수 제주도의회 예결위원장…“복지예산은 사회안전망 관점서 중요”

초선이지만 초선 같지 않다. 어떤 때보면 재선, 3선만큼이나 능수능란하다. 특별자치도의회 제1기 정책자문위원(보건복지전문위원실) 출신으로 제11대 의회에 입성한 고현수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그는 초선인지만, 제11대 의회 제1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제주도와 도교육청을 합쳐 6조5천억원의 예산을 주물럭거리는 위치다.

6개월도 채 안됐지만 벌써 1~2회 추경과 2019년도 예산안까지 세 번의 예산심사를 이끌었다.

그는 법과 조례에 근거한 예산편성․집행을 강조하는 원칙주의자지만, 법․제도적 근거가 조금은 미약하더라도 도민들의 복지와 경제체감도에 밀접하다면 가급적 칼질을 하지 않는 ‘따뜻함’도 품고 있다.

고 위원장은 새해예산안 및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제주도가 부동산경기 활황에 힘입어 지방세 세입이 급증할 때 ‘돈잔치’만 벌였지, 경기침체기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는 너무 소홀했다”며 재정절벽이 본격적으로 예상되는 내후년(2020년)을 더 걱정했다.

‘사회복지예산 20%’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서는 “말과 행동이 다른 포퓰리즘의 증거”라며 내년도에는 결산 기준 20% 이상 집행될 수 있도록 지켜보겠다고 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의 증액과 신규편성이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기’식의 의원들 지역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도지사 공약을 반영하면 선(善)이고, 도의원 공약을 반영하면 악(惡)이냐”며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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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현수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특별자치도의회 제1기 정책자문위원 출신으로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지난 6개월 평가를 한다면.

쉼 없이 달려왔다. 특히 초선의원이라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는 하는데, 도민들의 판단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영리병원이나 공공의료와 관련해 사회복지 정책 현장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그런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했다. 그 와중에 동료의원들이 좋게 봐줘서 예결위원장을 맡게 됐다. 정책자문위원과는 상당히 다른 무게와 책임을 느낀다. 예산심사를 앞두고서는 원칙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때문에 잠자리를 많이 설치기도 했다.

Q. 초선인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벌써 2번의 추경,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까지 3번의 예산심사를 이끌었다. 총평을 한다면.

재정절벽이 생각보다 심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내년의 경우 법률개정으로 지방소비세가 일정 정도 증가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2020년부터는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재정절벽이 올 것이다. 내년 예산의 경우 긴축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데는 동의를 하는데, 편성된 예산안을 보면 여전히 방만하다고 느끼는 것들도 적지 않다. 예산심사 과정에 예산의 적절성, 효율성, 우업 우선순위는 물론 도의원들도 자신의 공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고 종합하는 게 쉽지 않았다. 총평을 한다면 긴축재정은 어쩔 수 없다. 향후 재정절벽은 명확하게 온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의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입법과 예산심사다. 그만큼 예산심사를 할 때 의회의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말인데, 예결위원장으로서 견지하고자 했던 원칙 같은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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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수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크게 3가지다. 먼저 법․조례에 근거해야 한다. 제도적 근거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예산이 얼마나 효육적으로 집행될 것인가. 세 번째는 도민들에게 얼마나 보편적으로 제공될 것인가다. 당연히 법과 제도에 근거해야 하는데, 조금 미약하더라도 도민의 복지-경제 체감도에 밀접하다면 가급적 지원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렇지만, 버스 준공영제와 같은 경우 640억원 규모를 특별회계로 편성했는데 특별회계는 분명 법과 제도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복권기금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교통접근도 섞여 있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특별회계 취지와 맡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에 대해서는 도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봤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일반회계로 전환했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버스회사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 혹은 ‘부의 대물림’이 되어선 안된다. 현재대로라면 그게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관리감독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무상교복의 경우 도민의 보편성에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해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다. 해상물류비 문제는 아쉽다. 여러 가지 난제가 있어서 의회 입장에서는 포기를 했다.

Q. 조금 지나긴 했어도 새해예산안 문제를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무난하게 처리되긴 했는데, 본회의 하루 전 예결위 의결 당시만 해도 집행부에서 ‘부분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예산전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증액규모가 문제였다. 상임위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증액이 됐다. 도의원들도 지켜야할 공약이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증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에서 과도한 증액이라고 생각했다. 도의회 입장에서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시․군의회가 없어지면서 해야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증액을 하겠다는 입장의 차이였다. 어쨌든 합리적으로 절충을 했고,

원희룡 지사가 합리적인 선이라고 판단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동료의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고 본다.

Q. 혹자는 예산편성권 침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의회 심의과정에서의 증액과 신규편성이 매번 논란이 되곤 한다. 삭감한 예산을 가지고 지역구나 각종 민간보조 사업에 배분하는 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분법적인 질문일 수 있다. 지사가 공약 반영하는 것은 선이고, 의원의 공약 반영은 악인가? 그렇지는 않다. 선과 악의 개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의원들도 분명하게 반영해야할 공약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 협의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증액이 일정부분 이뤄지고, 신규사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다. 지방자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있어야 되는 구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예결위원들이 동의하고 공감해줬다. 이 기회를 빌어 예산심사를 잘 마무리해준 예결위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Q. 제2회 추경 얘기로 넘어가보자. 통상 ‘정리 추경’이라고 하는데, 올 한해 집행부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 교육청의 경우는 시설비가 문제가 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월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본다. 제주도는 이월액이 2017년 기준 1조2000억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절반 정도인 5~6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봐서는 살림살이를 잘 하려고 노력했다고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이미 의회에서 경고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 사업을 집행함에 있어서 30% 정도 이상 집행되지 않으면 전액 삭감한다는 기본원칙을 지난번에 얘기했는데, 그런 경고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원희룡 지사가 작년 이맘때 ‘사회복지 예산 20% 편성’을 약속했고, 실제 2018년도 예산안도 그렇게 편성했다. 그런데 추경 때보가 18.7%로 내려앉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나.

제주도는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하는 부분이 있는데, 국비지원 수혜대상을 너무 과다하게 체크해서 집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데, 그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재정으로 해야하는 사회복지 예산도 적지 않다. 2018년 당초예산 기준 20.1%였는데, 이번 정리추경 때 보니까 18%대로, 2% 정도 줄어들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포퓰리즘 정책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복지예산은 긴축재정, 재정절벽이 예상되고, 또 경제가 침체기로 들어갈 경우 사회안전망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패자 부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예산이 결산 기준으로 20%를 넘어서야 그나마 도민들이 복지체감도를 느낄 것이다. 내년에는 결산 기준 ‘사회복지 예산 20%’ 이상 집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니 깊게 살펴보겠다. 그 때 가서 결과물을 보고 잘했으면 칭찬하겠다.

Q. 그렇다면 내년 결산심사 때까지는 눈여겨 봐야 하는 건가.

그때까지는 제가 예결위원장일 것 같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Q. 조금 전에도 언급하긴 했는데, 정리추경 심사 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예산을 다 집행하지 못해 사장되는 불용액과 해를 넘기는 이월예산이다. 올해는 개선이 많이 됐나.

문제가 되는 게 불용과 명시이월 등인데, 명시이월도 줄어들었다. 작년에 5000억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3000억원 규모로 줄었다. 금액뿐만 아니라 건수도 줄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에는 명시이월만 봤지, 사고이월은 보지 못했다. 사고이월은 최종 결산을 해야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추해보면 사고이월 범위도 예전보다는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금전에도 얘기했지만 의회에서 사업추진이 30% 이상 안되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 영향으로 명시이월액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고이월액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선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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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현수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지난 4년, 도정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 난 해’였다. 부동산경기 활황세에 힘입어 지방세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용재원도 넉넉했다. 그런데 내년부터 ‘재정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공원과 도로와 같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을 위한 계획을 사전에 치밀하게 세웠어야 했다. 이 문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예고된 일이었다. 경기가 활황히면 다음해 경제적 침체기에 대한 부분도 같이 세웠어야 했다. 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지방세 활황이라서 모두가 좋냐. 그것은 아니다. 지금 공원부지 매입하고 도로를 신설함에 있어서 예전보다 비용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세수가 많이 걷혔다고 이익이냐 하면 결코 그게 아니다. 3배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지방세 세입이 1조2~3천억 규모였을 때 그에 맞는 집행전략과 세수가 줄어들 것에 대비한 전략을 같이 세웠어야 했다. 그런데 제주도는 지방세수 증가에 따른 잔치만 벌였다. 세수가 줄어들 것에 대한 대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Q. 예산은 편성과 심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종합예술인데, 지금까지는 집행부와 의회간 소통이 미흡한 것 같다. 몇해 전 일이긴 하지만 ‘예산전쟁’도 있었고. 집행부와 의회가 사전에 큰 틀에서의 분야별 예산배분 등을 협의하는 등 이른바 ‘예산협치’ 구상은 없나.

그와 관련해서는 예산심사에 돌입하기 전 언론 브리핑을 한 바 있다. 예산에 대한 중기적, 장기적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5년 단위로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수립한다. 중기지방재정계획에는 분야별 사업이 있는데, 어떤 내용으로 가져가야 도민들에게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회와 협업하면 좋다. 예전에는 그런 과정이 더러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협업과 관련된 계획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규 지방재정계획에 대해서는 지금은 서류를 예산안 심사에 맞춰 갖다 주는 일종의 첨부서류다. 이전부터 서로 의논하는 방식으로 하면 더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예산심사를 진행할 수 있고, 도민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조례로 도와 의회가 분기별로 정책협의회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활용해도 될 것 같은데.

정책협의회는 보다 큰 틀의 문제이고, 실무선에서의 T/F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예산심사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잘 집행할 지가 남아 있다. 끝으로 예산집행과 관련해 제주도와 도교육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의회에서 처음으로 지난 결산 심사 때 시정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의회에서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시정요구권을 등한시했는데, 지난 결산 때는 제주도에 대해서는 28건, 교육청에 대해서는 7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법령에 의하면 과태료 처분까지 가능하다. 이는 예산을 집행할 때 제대로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제주도와 교육청은 시정 요구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도민들 피부에 와닿는 예산집행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비판․견제하기도 하지만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지지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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