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인터뷰...IB교육 강한 자신감, 현장실습 사고 역할정립 호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과정의 조속한 도입을 자신했다. IB를 통한 새로운 혁신모델을 제시해 제주지역만이 아닌 대한민국 교육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삼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장실습 안전사고, 일각에서의 '소통 부족' 지적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해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적극적인 소명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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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대담을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이 교육감은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제주의소리>와 신년대담을 갖고 제주 교육현안에 대한 소회와 함께 새해 계획 등을 소탈하게 풀어냈다. 

이 교육감은 지난 2018년 한 해를 "모든 교육 지표가 선순환으로 바뀐 해"라고 평했다. 그는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 다니고 공부도 잘하고 있다. 주관적 행복감은 전국 최고 수준이고, 진학 역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 복지와 교육의 공공성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제주 교육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들이 이뤄진 해"였다고 자평했다.

2018년 한 해 동안의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는 더럭분교의 초등학교 승격을 떠올렸다. 이 교육감은 "인구 절벽 지대에서 과연 분교가 본교로 승격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결국 지역주민들의 헌신으로 인구유입이 늘어났고 본교로 승격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세밑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IB프로그램 예산을 전액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 교육감은 "IB교육은 혁신학교 한 모형으로,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모형들이 안착이 되면 같은 연결 선상에서 대입과 관련된 방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IB교육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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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대담을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그는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IB교육과정 관리 기구)와 한글화 도입의 총론은 합의를 봤다. 한글 번역과 관련해 협력각서(MOC) 세부 문구 조정 중에 있다"며 "늦어도 3월 안에는 최종 계약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IB 한글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평가 혁신을 본격화하는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IBO와 계약을 하면 학교 선정 및 세부 운영 방침 마련에 착수할 것이다. 교육부‧전국 교육청과 협의하며, 전국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며 "처음 가는 길이기에 우려와 불안이 충분히 있지만 기대도 있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보고 있다. 협력각서 체결 등을 통해 구체화된 IB 운영의 모형이 나오면, 대화도 구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고사 폐지와 맞물린 고교입시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난 1기부터 추진한 고교체제 개편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고교체제를 가만히 두고 연합고사만 폐지한 것이 아니라 개편 성과를 기반으로 연합고사를 폐지한 것"이라며 "연합고사 폐지에 대한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고등학교에 고르게 지원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서귀포 지역 고등학교와 읍면지역 고등학교가 좋은 진학 성과를 이어가고 있고, 애월, 함덕고 예술과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성화고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고교학점제 시행과 맞물려 고교체제개편 방향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나타난 성과와 과제들을 잘 분석하면서, 제도를 안착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故) 이민호 군 사고 등 학생안전 관리에 대한 질문에는 다소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학교와 교사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안전점검을 해보면 1단계에서 예측 가능한 영역도 있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있다. 학교에서의 안전문제를 어디까지 봐야하나 고민도 되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일상적인 안전, 스스로 자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체 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목표를 둬야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이 교육감은 "사회가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은 분리해서 요구를 달리 해줬으면 한다. 이 문제까지 학교로 들어오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학교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 그네가 없어지고, 물놀이를 가는 프로그램도 없어졌듯, 학교는 방어적으로밖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는 "故 민호 군의 경우도 우리사회 안전의 문제인데 이걸 전부 학교와 교육으로 책임을 물으면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장실습을 없애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최근 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도 그렇고, 고 민호군의 경우도 몇 개월 있다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났다면 어떠했겠나. 단지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것 아닌가. 지금은 고용안전시스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故 민호 군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면 달게 받겠지만, 복기를 해보면 교사는 산업재해 현장에 들어가질 못한다. 아이들의 취업을 부탁해야 하는 교사와 사업장은 사실상 갑을 관계에 있는데 어떻게 책임을 지겠나. 교사들도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잘목이 없지 않지만, 모든 산업재해의 문제를 교육당국에게 묻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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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대담을 갖고 있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의 단설유치원 설립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전했다.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단설유치원을 늘려가는 추세인데 유독 제주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교육감은 "반대로 묻고 싶다. 단설 유치원이 설립되면 유아 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유아 교육 문제는 다층적인 구조가 얽혀있다. 단설 유치원만으로 설명되거나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문했다.

이 교육감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는 어린이집이 보육과 유아 교육을 담당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공립과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서 유아교육 큰 틀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교사 정원이 확보되는 대로 병설유치원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병설유치원은 비교적 가정에서 통학거리가 가깝다. 단설 유치원을 가기 위해 길게는 1시간 가까이 통학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선 당시 가장 탄탄한 지지층을 대표하던 시민단체와 전교조 등이 현 시점에서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비판의 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점, 일각에선 이 교육감이 점점 불통이 되어간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질문을 꺼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개인 성향이 소통 과정에 불편을 주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고 있다. 본연의 뜻이 오해돼 전달되지 않도록 개인 성향을 개선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면서도 "그러나 현안에 대한 공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답답한 심정이 있다. IB만 하더라도 2017년부터 국제세미나, 용역, 전교조와 토론회, 언론과 회견 등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과 공론을 진행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그럼에도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존중하고 설득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제주교육 공론장이 건강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과 지적이 출몰하는 건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니까. 토론이 지속되고 커지면 정책이 도민들에게 더 많이 홍보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해년 새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제주 공교육을 국제 학교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IB프로그랩 도입을 통한 평가 혁신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 지원 혁신과 리더십 혁신을 추진한다.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의 가시적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지원으로 학습복지를 이루겠다. ‘제주교육 공론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학교 생태 숲과 기적의 놀이터 조성 등을 통한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선거를 치열하게 치르고 여기까지 왔다. 소중한 권한을 위임해준 도민들의 뜻을 늘 헤아리며 일했다"며 "앞으로도 도민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제주 교육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 제주교육을 통해 황금빛 행복을 한아름 받는 새해 되길 소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은 신년대담 요지.

Q. 지난 한 해 제주교육을 종합 평가해 달라. 

A. 모든 교육 지표가 선순환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 다니고 공부도 잘하고 있다. 주관적 행복감은 전국 최고 수준이고, 진학 역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 복지와 교육의 공공성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이렇듯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제주 교육’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들이 이뤄진 지난해였다.  

Q. 지방선거를 거쳐 재선에 성공했다. 이른바 ‘이석문 시즌 투’에 성공하면서 더욱 특별한 한 해 였을 것 같은데, 2018년의 대표적 성과와 아쉬웠던 점 하나씩을 꼽는다면?

A. 상징적으로 보면 더럭분교가 초등학교로 승격된 것이 가장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인구 절벽 지대에서 과연 분교가 본교로 승격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헌신으로 인구유입이 늘어났고 본교로 승격할 수 있었다. IB프로그램 예산을 전액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IB교육은 혁신학교 한 모형으로,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모형들이 안착이 되면 같은 연결 선상에서 대입과 관련된 방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구조는 많은 학생들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가고 있다. 수능이 확대될수록 재수생이 유리해지는 구조다. 물론 이건 국가 단위 문제이기도 하다.

Q. 연합고사 폐지와 맞물린 고교입시체제 개편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도민사회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정화 방안은? 

A. 지난 1기부터 추진한 ‘고교체제개편’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고교체제를 가만히 두고 연합고사만 폐지한 것이 아니다. 고교체제개편 성과를 기반으로 연합고사 폐지를 한 것이다. 그렇기에 연합고사 폐지에 대한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고등학교에 고르게 지원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서귀포 지역 고등학교와 읍면지역 고등학교가 좋은 진학 성과를 이어가고 있고, 애월, 함덕고 예술과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 특성화고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고교학점제 시행과 맞물려 고교체제개편 방향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나타난 성과와 과제들을 잘 분석하면서, 제도를 안착하는 데 노력하겠다.

Q. 고(故) 이민호 군 사고 이후 특성화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특성화고와 읍면지역 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민호군 사고 이후 달라진 점과 특성화고 지원 강화 취지는 무엇인지?

A. 안전점검을 보면 1단계에서 예측 가능한 영역도 있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있다. 학교에서의 안전문제를 어디까지 봐야하나 고민도 되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일상적인 안전, 스스로 자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체 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목표를 둬야한다. 다만, 사회가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은 분리해서 요구를 달리 해줬으면 한다. 이 문제까지 학교로 들어오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학교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것 뿐이다. 학교 운동장에 그네가 없어졌고, 물놀이를 가는 프로그램도 없어졌다. 학교의 책임을 물을 것과 사회안전망 시스템으로 볼 것을 구분해주지 않으면 학교 안에서는 방어적으로 간다. 고(故) 이민호 군의 경우 우리사회 안전의 문제다. 이걸 학교로 책임을 물으면 교육으로 책임을 물으면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장실습을 없애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받지 않나. 지금은 고용안전시스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안전한 제주사회를 위해 노력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과 관련한 문제는 학교와 교육당국이 무한한 책임을 지겠지만, 이러한 부분을 구분시켜주지 않으면 우리사회 안전은 과거로 돌아간다. 최근 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도 그렇고, 고 민호군의 경우도 몇 개월 있다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났다면 어떠했겠나. 단지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것 아닌가. 언론에서도 교육이 책임을 물으면서도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뭔지, 고용노동센터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산업안전과의 위치가 무언지, 취재한 적이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끔 해야 한다.

Q. 현장실습생인 故 이민호 군 사고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않았나.

A. 매뉴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보완해야 한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면 지적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복기를 해보면 교사는 산업재해 현장에 들어가질 못한다. 어떻게 책임을 지겠나. 교사와 사업장은 사실상 갑을 관계에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직장을 부탁해야하는 을이다. 교사들도 부분적 잘못은 있다. 미시적인 잘못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산업재해의 문제를 교육당국에게 묻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분부분 문제가 있다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 산업재해 현장에 대한 점검이나 확인은 학교에서나 교사가 할 수 없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줄었다. 가장 우려됐던게 안전의 문제로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조치는 현장실습을 통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1순위로 두고 특성화고에 쏟았던 열정이 아직 복구가 안됐다. 제가 이럴 정도면 학교 현장에서는 상당히 힘들 것이다. 안전한 산업체를 조금씩이라도 늘려가는 것 외에는 교육당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런 노력들이 시간이 걸리면서 조금씩 이뤄져야 한다. 

Q. 유입인구 증가와 출산인구 감소 문제가 맞물리는 상황 속에서 제주는 여전히 특정지역에 학생이 쏠리는 현상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A. 각 학교마다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지역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더럭초등학교, 생태 교육 과정을 하고 있는 선흘분교 등의 사례를 보면 고유의 교육과정을 하고 있는 학교가 마을과 지역의 구심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도 활성화 정책이 이뤄지면서 지역 발전의 동력을 만들고 있다. 그런 뜻에서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를 더욱 확산시키고 안착시키려 한다. 다혼디배움학교가 공교육 혁신 모델로 확고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 

Q. 제주4.3 70주년을 거치며 미래세대에 대한 4.3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중시되는 분위기다.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계획은?

A. 제주에서 학교를 졸업했을 때 4.3과 관련된 가치를 어떻게 내면화할 것인가. 또 이 4.3이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어떻게 알리고 공유할 것인가 등 2가지 갈래로 나뉘어서 진행이 돼야 한다. 하나는 교과서 집필기준 영역에 반영이 돼야 한다. 교과서를 통해 전국적으로 모든 대한민국의 학생들과 담당 교사들이 제 위치에서 4.3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 교사들에 대한 4.3연수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 1만명의 교사를 연수시켜서 300만명의 아이들에게 4.3을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1차년도 1000명의 교사들이 연수를 받았다. 세계화의 큰 흐름을 잡아가는 속에서 평화와 인권, 특히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지 않도록 국제교육심포지엄 행사를 갖기도 했다. 내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 때문에 이것과 관련해서도 학교 현장과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4.3교육에 관심을 갖도록하겠다.

Q.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B프로그램과 관련해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IB프로그램에 대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인가?

A. IB DP 한글화 도입의 총론은 합의를 봤다. 한글 번역과 관련해 협력각서(MOC) 세부 문구 조정 중에 있다. 늦어도 3월 안에는 최종 계약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IB DP 한글 도입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평가 혁신을 본격화하는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IBO와 계약을 하면 학교 선정 및 세부 운영 방침 마련에 착수할 것이다. 교육부?전국 교육청과 협의하며, 전국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우려와 불안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기대도 나온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보고 있다. 우려가 교육 혁신에 대한 기대까지 위축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기대대로 잘 살리고, 우려는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 협력각서 체결 등을 통해 구체화된 IB 운영의 모형이 나오면, 대화도 구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통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Q. 단설유치원 설립과 관련 교육당국도 확대 의지를 표명했고 전국의 시도교육청도 늘려가는 추세인데, 유독 제주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감이 누차 밝힌 교사 정원 확보 문제는 타 시도 역시 조건은 같다. 일각에선 의지의 차이로 보고 있는데?

A. 반대로 묻고 싶다. 단설 유치원이 설립되면 유아 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유아 교육 문제는 다층적인 구조가 얽혀있다. 단설 유치원만으로 설명되거나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는 어린이집이 보육과 유아 교육을 담당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공립과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서 유아 교육 큰 틀을 모색해야 한다. 출산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재로서는 교사 정원이 확보되는 대로 병설 유치원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만 5세인 경우 초등학교 취학을 준비하는 시기다. 성장과 교육의 관점에서 초등학교에서 취학 준비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병설유치원은 비교적 가정에서 통학거리가 가깝다. 단설 유치원을 가기 위해 길게는 1시간 가까이 통학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Q. 이석문 교육감 초선 당시 가장 탄탄한 지지층을 대표하던 시민단체, 특히 전교조조차도 이 교육감에 대한 비판의 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각에선 이석문 교육감이 점점 불통이 되어 간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닌지 냉철히 들여다보라는 지적에 대해선? 

A. 개인 성향이 소통 과정에 불편을 주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고 있다. 본연의 뜻이 오해돼 전달되지 않도록 개인 성향을 개선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공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답답한 심정이 있다. IB만 하더라도 2017년부터 국제세미나, 용역, 전교조와 토론회, 언론과 회견 등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과 공론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존중하고 설득하겠다. 한편으로는 제주교육 공론장이 건강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과 지적이 출몰하는 건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니까. 토론이 지속되고 커지면 정책이 도민들에게 더 많이 홍보되는 효과도 있다. 

Q. 또 다른 역점 사업이었던 제주해사고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불씨 되살릴 여지 있나? 

A. 박근혜 정부때 논의가 시작돼 제주지역 김우남 전 국회의원이 당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당시 입법예고까지 갔다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선 100대 과제에 넣어서 이번에 예산이 반영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긴 했다. 국회의장도 만났고 국무총리도 만났고. 될 듯했는데 결론적으론 안됐다. 국립해사고추진위원회와 1월까지 조금 더 논의하면서 방향성을 결정하겠다. 다른 지역의 경우 수산고가 국립에서 공립으로 전환되는 방향이다. 타 지역 수산고가 유사한 요청을 했을 때 거부된 전례도 있다. ‘수요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이 벽을 결국 넘지를 못했다. 1월 중 추진위원회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방향성을 잡겠다.

Q. 새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A.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 학교 수준으로 높일 것이다. 이를 위해 IB프로그랩 도입을 통한 평가 혁신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 지원 혁신과 리더십 혁신을 추진한다.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의 가시적 결과를 만들겠다.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지원으로 학습복지를 이루겠다. ‘제주교육 공론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학교 생태 숲과 기적의 놀이터 조성 등을 통한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사업도 진행하며, 4.3 100년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Q. 끝으로 새해 도민들에게 당부와 덕담을 부탁드린다. 

A. 선거를 치열하게 치르고 여기까지 왔다. 소중한 권한을 위임해준 도민들의 뜻을 늘 헤아리며 일했다. 앞으로도 도민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제주 교육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언론에도 감사드린다. 언론이 많이 도와줘서 ‘이석문 시즌 2’가 안정적으로 시작해 2018년을 잘 마무리했다. 2019년 기해년은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제주교육을 통해 황금빛 행복을 한아름 받는 새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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